국내외 미술시장이 뚜렷한 반등 없이 조정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2026년은 성장과 침체를 가르는 분기점이라기보다 시장의 체질과 방향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전망이다. 거래 규모보다 선택의 기준이, 확장보다 판단의 밀도가 중요해지는 환경 속에서 미술시장은 불확실성과 선별적 강세가 공존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5년 한국 미술시장 결산 및 2026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갤러리와 아트페어 관계자 1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6.1%가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매출 감소를 예상한 응답도 27.1%에 달해 시장 전반에는 낙관론보다 신중론이 우세하다. 국내 경매시장 역시 낙찰 건수 감소 흐름 속에서 일부 고가 작품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반등 신호만 감지되며, 가격대별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구조 변화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주요 미술시장 조사기관들은 밀레니얼과 Z세대 수집층의 영향력 확대를 2026년을 향한 핵심 변수로 꼽는다. 이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적 수집 방식보다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구매 기준에서도 이전 세대와 다른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시장 참여자의 구성과 거래 방식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 무대에서는 시장 확장을 위한 움직임도 나타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 바젤은 2026년 카타르 도하에서 첫 행사를 개최하며 중동 지역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기존 미술시장 중심지 외 지역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려는 시도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재편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을 단순한 회복의 원년으로 보기보다 시장의 '질'을 가늠하는 시기로 평가한다. 거래 규모의 확대보다 작품의 완성도와 출처, 맥락에 대한 검증이 한층 중요해지며, 수집자와 갤러리, 경매사 모두에게 보다 전략적인 선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 보고서에서도 2025년이 전반적인 하락 국면이었음에도 중견 시장을 중심으로 신뢰 기반의 선별적 거래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미술시장에서 전문성과 안목, 장기적 관점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통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아트 바젤·UBS 미술시장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감소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초고가 작품 시장이 위축되는 동안 중·저가 작품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며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아트넷의 경매시장 보고서에서도 2025년 상반기 경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8% 감소했고, 평균 낙찰가는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초고가 작품 부진의 영향이 컸으며, 100만 달러 미만 또는 100만~1000만 달러 구간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거래가 이어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2026년 경매시장은 '선별적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희소성과 역사성, 명확한 출처를 갖춘 작품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겠지만,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거래나 과도한 고가 경쟁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역시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하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갤러리 관계자들은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평가했으며, 2026년에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결국 2026년 미술시장은 경기 반등 여부보다 구조적 전환과 재편의 흐름이 더 두드러지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블루칩 작품군의 거래 감소와 중·저가 작품 거래의 확대는 시장 위축의 신호인 동시에, 다양성과 접근성이 확대되는 변화의 단서이기도 하다. 단기적인 수치보다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과 전략,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향후 미술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예술경영학회장인 김상훈 서울대 교수는 "미술시장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프리즈와 키아프 연장이 결정되는 등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시장과 주식시장이 점차 회복되면서 대체투자 수단을 찾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연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랜 조정기와 불황을 거치며 투기보다 시장의 구조와 가치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며 "신규 유입된 30~40대 컬렉터를 중심으로 질적 성장과 보다 건강한 시장으로의 전환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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