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오랜 서방의 제재로 경제난에 시달리던 민심이 폭발한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대학생들도 반정부 시위 물결에 합류했다.
사진=EPA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이란 ILNA통신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대를 비롯해 전국 10개 대학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이 중 7곳은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대학들이며, 이란 중부 이스파한공과대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AFP통신은 이날 보안군과 진압 경찰이 테헤란의 주요 교차로와 일부 대학 주변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서부 과학문화대에서는 학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대학생들의 시위는 전날 상인과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에 따른 생활고에 항의한 것에 이어진 움직임이다. 현지 환율은 최근 1달러당 142만리알까지 치솟았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2000리알 정도였던 것에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셈이다. 여기에 40여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민심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최근 이란은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정부가 질 낮은 대체 연료 사용을 늘리면서 도시는 스모그로 뒤덮였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 CNN 방송은 하메네이가 지난 36년간 유지해 온 체제 수호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반정부 시위가 빗발치는 내부 상황에 더해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예방 타격’을 거론하며 미국의 군사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로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