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박준범기자] 대구FC 응원가 ‘그 겨울’이 이날만큼은 처연하게 울려 퍼졌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지난달 30일 대구iM뱅크파크에서 열린 FC안양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최종 38라운드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대구(승점 34)는 같은 시간 울산 HD를 꺾은 제주SK(승점 39)와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해 10년 만에 K리그2(2부)로 강등했다.
대구에 남아 있는 시나리오는 승리였는데, 전반 4분 만에 2골을 내줘 일찌감치 패색이 짙었다. 후반 들어 대구는 2골을 터뜨렸으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등이 확정된 순간, 대구iM뱅크파크의 분위기는 다른 강등 팀들과 사뭇 달랐다. 일찌감치 강등이 예정됐던 대구였기에 최종 라운드까지 이를 미룬 것조차 ‘기적’이었기 때문일 터.
경기 막바지 대구 서포터즈는 응원가 ‘그 겨울’을 불렀다. 주심의 휘슬이 울려 경기가 종료됐다. 그럼에도 대구 팬은 ‘그 겨울’을 끝까지 불렀다. ‘그 겨울’은 어느 때보다 처연한 분위기로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를 뛴 선수들은 물론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도 모두 그라운드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팬께 인사를 시작했다. 대구 팬은 선수단에 야유나 비판 대신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하염없이 눈물을 보였다.
이내 감정을 다소 추스른 김 감독은 “선수들과 팬이 있어 행복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는 법을 배웠다. 이 도전이 힘들었지만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선수들과 팬의 사랑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실패했지만 우리가 못난 사람들은 아니다. 내년에 반드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팬은 “김병수”를 연호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에이스 세징야도 울컥했다. 그는 “위 아 대구”를 외쳤다. 또 다른 주역 에드가는 선수단 뒤쪽에 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몇몇 구단 관계자도 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팬은 선수단을 보낸 뒤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조광래 대표 이사를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다. 결국 조 대표와 관계자들이 팬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그렇게 대구는 2부로 강등됐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