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을 가진 여신전문금융협회(여신협회) 이사 15곳 중 6곳의 최고경영자(CEO)가 연말 인사 대상에 오르면서 협회장 선거 일정이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사이버 금융사고 대응이나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각사 자율 대응이 가능한 현안은 급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규제 완화나 업무 범위 확대처럼 협회가 나서 정치권·당국을 설득해야 하는 주요 이슈는 현 회장 체제에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해 업계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업계의 관심은 오히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인사에 쏠려 있다. 금융당국 인사 이후 퇴임하는 인물 가운데 협회장 레이스에 새로 뛰어들 후보가 나올지 지켜보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협회와 업계는 전날까지 차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사회가 열리더라도 회장 선출까지 약 두 달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중 선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추위가 꾸려지면 회장 선출 공고 → 입후보자 서류심사·면접 → 단독 후보 의결 → 총회 투표 순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업계가 선거를 서두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이사 회원사 15곳 중 6곳의 CEO가 연말 인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회추위 이사회 일정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최근 사이버 사고 책임을 지고 다음 달 1일자로 사임한다.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최원석 BC카드 대표, 기동호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의 임기 역시 연말에 끝난다. 이민경 NH농협카드 대표도 매년 1월1일 정기 인사를 하는 농협중앙회 정책상 인사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협회장이 직접 나서 설득해야 할 긴급 현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선거 일정이 늦춰지는 배경으로 꼽힌다. 대표적 이슈였던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정책은 이미 지난 2월 조정이 마무리됐다. 현재 협회가 추진 중인 핵심 의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등을 통한 업무 범위 확대다. 카드사들은 개인 간(P2P) 카드 결제의 합법화 근거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며, 캐피털사는 규제 샌드박스 추가 적용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동차 렌털사업 등 부수업무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이 사안도 현 정완규 회장 체제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 시선은 금융당국 인사에 쏠려 있다. 금융위는 금융산업국·금융정책국 등 주요 국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이고, 금감원 역시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유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던 이세훈 수석부원장의 거취에 대한 관측이 다시 불거지면서 업계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다.
통상 관(官) 출신 인사가 협회장 선거에 나올 경우 보통 금융당국 고위직 출신 OB들이 입후보하며 이 과정에서 업계와 현직 당국 간 비공식 소통이 이뤄진다. 최근 금융위 1급 인사에서 제외된 이윤수 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박광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의 향후 거취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 고위 인사의 반응도 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다. 금감원 임원 인사에서 이 수석부원장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경우 그 역시 유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들이 출마한다는 관측이 본격화하면 지금까지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등 기존 관 출신 구도는 단숨에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 인사가 차기 여신협회장 선거의 최대 변수이며, 당국의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 협회와 회원사 누구도 성급히 선거 절차에 착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상 협회장 임기가 끝나더라도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리더십 공백 우려는 크지 않다"며 "가장 큰 변수는 당국 인사이며 이후 선거 구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업계가 당국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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