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에 유배당 계약자 몫의 회계처리 방식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줬던 '일탈회계'를 더이상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과도기가 지난 만큼 회계정책을 국제기준에 맞춘다는 취지다. 생보사들은 2025년도 결산 재무제표부터 해당 회계처리 방식을 자본이나 보험계약 부채로 다시 분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1일 한국회계기준원과 유배당 계약자 지분 관련 회계처리에 관한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생보사가 일탈회계를 계속 적용하는 경우 한국을 IFRS17 전면 도입국가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일부 의견 등을 고려해 현시점에서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경우 국내 생보사는 IFRS17 원칙에 부합하도록 재무제표를 표시하고 주석을 공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국내 생보사들은 유배당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계약과 구분해 재무제표에 표시해야 한다. 보험업 관련 법규 요구사항을 비롯해 금리변동 위험 영향 등 유배당보험계약이 기업의 재무상태와 재무성과, 현금흐름에 미친 영향을 재무제표 이용자가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주석에 기재해야 한다. 약 7% 수준의 고금리 확정형 유배당보험계약은 다른 보험계약과 비교할 때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 회사가 부담하는 실질적인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는데 이런 사항을 세세히 공시하라는 주문이다. 비교표시되는 전기 재무제표 등도 일탈회계 종료로 수치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재무제표의 항목별 조정금액 등도 주석으로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의 중심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이 자리한다. 삼성생명은 1980~1990년대 유배당보험을 판매하며 가입자들이 납부한 돈으로 해당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했다. 유배당보험은 보험사의 투자수익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해주는 상품이다. 주식을 처분해 이익이 발생하면 그중 일부는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논란이 불거진 건 2023년 우리나라에 IFRS17이 도입되면서다. IFRS17은 유배당 계약자가 기여한 지분에 대한 매각이 확정되면 '보험계약 부채'로, 그렇지 않으면 자본 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분류하도록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팔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유배당 계약자 몫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잡히게 된다. 이에 금감원은 당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자칫 삼성생명의 부채가 과소 표시돼 투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이 같은 회계처리 방식에 균열이 생겼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율이 10.8%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의 지분한도(10%)를 넘긴 수준이다. 이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삼성전자 지분을 팔 계획이 없다'는 전제 위에 성립했던 일탈회계를 계속 허용해주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 8월 취임한 이후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피력했고 이번에 결론이 난 것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계약자지분조정 금액은 12조7587억원이다. 삼성생명은 여전히 삼성전자 지분을 당장 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올해 결산 재무제표에서는 이 금액 수준만큼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감원은 과거 일탈회계를 적용한 회사에 대한 감리를 실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일탈회계 중단은 회계정책의 변경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과거에 잘못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한 오류수정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감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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