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프로야구 가을 잔치 한복판서 6분 가까이 경기장이 멈췄다. 삼성 외야수 구자욱과 한화 투수 코디 폰세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투구 간격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하루 뒤인 19일 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둘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타석 위 구자욱에게는 ‘규정 악용’이었고, 마운드 위 폰세는 ‘규정을 정확하게 몰랐다’는 주장이다.
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PO 1차전은 한화의 9-8 신승으로 끝났다. 이 가운데 두 선수의 신경전은 3회 초 무사 1·3루 팽팽한 승부처에서 발생했다. 폰세가 투구 간격을 길게 가져가자 구자욱이 주심에게 항의했다.
주심은 폰세를 향해 ‘빨리 던지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투구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초구 이후 두 번째 공이 나오기까지 6분여가 소요됐을 정도다. 이 타석의 결과는 4구째 나온 희생 플라이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피치클록 위반은 아니었지만, 심판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폰세 역시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된 순간이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까지 나서 심판진과 대화를 시도했을 정도다.
당시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피치클록 기준상 폰세는 25초 내로 투구해야 했다. 피치클록 시행 세칙에 따르면 ‘투수가 피치클록 잔여 시간을 이용해 고의로 지연시킬 경우, 심판이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폰세의 경우 정규리그 도중에도 피치클록 지연으로 몇 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다.
폰세는 이를 두고 “피치클록 시간이 되는 만큼 쓰려고 했다. (투구 내용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조금 더 길게 가져간 게 그런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을 끈다고 심판이 경고를 줄 수 있다는 규정은 처음 들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던지면 된다고 생각해서 어제 시간을 조금 더 끌면서 던졌던 것”이라며 덧붙였다. 고의가 아니라는 것은 물론, 규정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구자욱의 생각은 달랐다. “정규시즌에서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이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을 통해서도 논의됐던 부분인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악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승패를 떠나 포스트시즌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그 6분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구자욱에게는 흐름이 끊기며 타이밍을 잃은 답답함으로 가득했다. “폰세는 잘 던지고 싶었을 테고, 상대 흐름을 끊으려 한 것 같다”는 그는 “나 역시 타이밍 싸움에서 밀리고 싶지 않았지만, 집중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가을야구 특유의 긴장감이 양 팀을 맴돈다. 구자욱은 인터뷰 마지막까지도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 미묘한 감정선이 이번 시리즈 향후 전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