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쌍둥이 新역사 세우고, 새출발 앞둔 염경엽 감독 “자기확신 얻었다… 새해에는 꼭 2연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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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쌍둥이 新역사 세우고, 새출발 앞둔 염경엽 감독 “자기확신 얻었다… 새해에는 꼭 2연패를!”
염경엽 LG 감독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사옥에서 인터뷰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용학 기자
KBO리그 원년구단 LG는 그간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1982년부터 2022년까지, 40년 역사에 새긴 트로피는 단 2개였다. 그토록 드물었던 영광이 최근 3년 새 2번이나 찾아왔다. 2023시즌에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맛봤고, 2025시즌에 재차 왕좌로 돌아와 ‘V4’를 물들였다. 전성기라 일컬어도 부족함이 없는 찬란한 시대, 그 중심에는 2번의 우승을 모두 집필한 염경엽 LG 감독이 서 있다. 치열했던 을사년을 뒤로 하고 찾아온 병오년, 그는 다시 한번 ‘쌍둥이 왕조’ 꿈을 가슴에 품었다.

◆新 역사의 주인공

염경엽 LG 감독이 2025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1990년 백인천, 1994년 이광환만 갖고 있던 LG 우승 수장 타이틀을 넘겨받은 염 감독은 내친김에 대선배들의 업적을 넘어섰다. 구단 역사상 유일한 2회 우승 사령탑에 이름 석 자를 적었다. 언제나 꿈을 크게 꾸던 염 감독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이룰지는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시작할 때, 차명석 단장과 2026년에 다시 우승하자는 목표를 잡았다. 재계약이 결정된 시점도 당연히 아니다. 감독을 하든 안 하든 2026년의 LG가 가장 좋은 구성이 되도록 선수 육성 방향을 맞춰 팀을 꾸렸다”는 그는 “운이 많이 따랐다. 선수들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해주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전력 급성장과 함께 매섭게 치고 올라온 한화라는 대항마와 치열한 선두싸움을 펼쳐야 했다. 정규시즌 1위를 내준 채 뒤를 쫓던 시간도 꽤 길었다. 마음을 다잡는 게 먼저였다. 당장의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시즌을 치르면서 오답노트는 항상 만들어진다. 그걸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되뇌었다. 그 오답이 줄면 우리 승수가 올라가는 법”이라며 “선수·코치·프런트가 모두 함께 ‘1승’을 위해 고민하고 움직여야 된다. 각자 파트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3년간 잔소리를 정말 많이 했는데, 모두가 그걸 잘 수행해줬다. 그렇게 모은 ‘1승’이 쌓여 통합우승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운을 낚아채는 법

사진=LG트윈스 제공
다사다난했던 우승 스토리, 누군가는 그들의 반등에 운도 많이 작용했다는 냉철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염 감독은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행운을 길게 늘어뜨린 LG의 힘이 평가절하되는 건 지켜볼 수 없다.

염 감독은 “운은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고,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법이라고 항상 말한다. 그런 면에서 LG는 준비된 팀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운은 잠깐의 해프닝에 끝났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언젠가 찾아올 운을 지속시킬 방법을 수없이 고민했고, 그게 LG라는 조직이 가지는 힘으로 이어졌다”고 미소 지었다.

염 감독이 꼽은 행운의 순간, 1초의 망설임 없이 7월22일의 광주를 떠올렸다. KIA에 4-0으로 앞서다 8회말 대거 6실점과 함께 4-7로 밀렸다. 최악의 흐름, 그때 기적 같은 9회초 동점 스리런포가 터져나오면서 끝내 9-7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행운은 그 스리런포의 주인공, 박해민의 이름에 자리했다. 시즌 내내 때린 3개의 홈런 중 하나가 딱 그 순간에 터졌던 것이다.

염 감독은 “솔직히 그 홈런이 해민이 손에서 나올 줄 누가 예상했겠나. 그 모먼트가 그날 경기는 물론 팀의 후반기 흐름을 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LG는 찾아온 행운을 낚아챘다. “그렇게 찾아온 운이 12연속 위닝시리즈로 이어졌다. 운만 있었다면 거기까지는 못 갔다. 기회를 기다리며 쌓아올린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1위 한화와의 5.5경기 차를 뒤집는 힘이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굿바이, 을사년

사진=LG트윈스 제공
LG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붙어있던 ‘우승 없는 우승청부사’ 별명은 이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2번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이 건넨 값진 선물이다. 염 감독은 “우승 못 하는 감독이라는 말은 항상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내 생각이 안 좋은 쪽으로 가도록, 더 많은 고민을 하도록 만들던 꼬리표였다. LG 와서 챙긴 2개의 트로피가 지도자 염경엽이 갖고 있던 그 부담감을 모두 덜어줬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자기확신’을 얻은 값진 1년이다. “LG에 처음 올 때 생각한 게 있다. 계약기간과 별개로 2년 안에 우승 못하면, 감독으로서 소질 없는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첫해 우승이 나에게 심적인 안정과 여유를 줬다. 그리고 이번 우승을 통해 내가 구단을 운영하는 방식과 리더십에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힘줘 말한다.

든든한 조력자에게 전하는 감사 메시지도 이어졌다. 염 감독은 “혼자만의 능력으로 이런 성과를 만든 건 절대 아니다. 팀이라는 울타리가 있어 가능했다”며 “어려움이 있을 때, 내 야구에 의문점이 생길 때마다 차명석 단장이 때로는 바람막이로, 지지자로 버텨줬다. 덕분에 내 소신껏 야구할 수 있었다”는 진솔한 감정을 털어놨다.

또 “코치진과 선수단도 내가 어떤 전략을 짰을 때, 의심보다는 신뢰로 따라와줬다. 그래서 우리가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아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해결책을 떠올리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위기가 찾아와도 한 번만 잘 견디면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는 믿음이 팀 전체에 깔렸다. 3년간 강팀의 모습을 갖춘 셈이다. 지금도 우리는 강팀 LG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시 펼쳐보는, ‘LG 왕조’의 꿈

염경엽 LG 감독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사옥에서 인터뷰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용학 기자
대문을 활짝 연 병오년, 염 감독에게는 ‘새출발’로 적히는 붉은 말의 해다. 앞서 맺었던 3년 계약을 끝내고, 지난해 11월 재차 3년 계약에 골인했다. 팀 역사상 3번밖에 없었던 감독 재계약을 끌어내 ‘사령탑들의 무덤’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계약 규모도 상상 초월이다. 계약금 7억원·연봉 21억원·인센티브 2억원을 더해 역대 프로야구 사령탑 최고 대우, 첫 30억원 시대를 열었다.

“구단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웃은 염 감독은 “재계약이 큰 목표 중 하나였던 건 맞다. 하지만 내가 있고 싶다고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보다는 LG라는 조직에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리더가 되는 걸 제1목표로 잡았다. 그게 잘 이뤄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돌아봤다.

든든해진 뒷배와 함께 다음 스텝을 준비한다. 그는 “리더에 대한 평가는 리더가 그 조직을 떠나고 정해지는 법이다. 지금의 기쁨에 취하지 않고, 다음 3년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LG의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구단이 가려는 방향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섞을 것”이라며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다. 하나씩 채워가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감독으로서 시작된 전성기를 오랫동안 잘 누릴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목표는 단순하다. 2024시즌에 실패했던 왕조 구축을 이번에야말로 이룬다는 의지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은 특별한 S급 슈퍼스타는 없이 우승할 수 있는 강팀이다. 주전과 백업들이 고루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됐다는 뜻이다. 이상적인 방향이다. 앞으로도 그 연속성을 이어갈 팀을 만들겠다. 그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내게 주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년 소원은 당연히 팬들에게 LG 왕조를 선물하는 것이다. 다시 맡은 3년 동안 더 좋은, 더 재밌는 야구를 보여드리도록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새해에도 야구장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신다면, 누구보다 겸손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이라는 다부진 각오를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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