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이나 목으로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은 흔히 일시적인 소화 불편으로 여겨진다. 하루 이틀 지나면 가라앉는 경우도 많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위산 역류는 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게티이미지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의료계에서는 위산 역류가 잦아질 경우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식도 점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도는 위처럼 버티도록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다
10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면서 통증이나 쓰림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가끔’이 아니라 ‘반복’이다. 일시적인 역류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이런 자극이 자주 이어지면 식도는 그대로 노출된다. 식도는 위처럼 강한 산을 견디는 구조가 아니다. 이런 자극이 반복되면 회복이 따라가지 못한다.
위와 식도 사이에는 하부식도괄약근이 있어 위산의 역류를 막는다. 하지만 이 기능이 약해지면 위산이 쉽게 식도로 올라오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막은 지속적인 자극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면 염증이 생기고, 손상이 누적된다.
미국의 위장질환 전문의 데릴 지오프레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위는 산에 적응된 기관이지만 식도는 그렇지 않다”며 “통증보다 더 중요한 건, 산이 반복해서 식도를 오르내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된 자극, 세포 자체를 바꾸기도
만성적인 위산 역류는 식도 점막의 형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식도 점막이 위 점막과 비슷한 형태로 변하는 ‘바렛 식도’가 대표적이다.
바렛 식도는 암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식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전암성 병변으로 관리된다. 모든 환자가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될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의료진이 반복적인 역류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내시경 검사와 추적 관찰을 권하는 이유다.
◆야식·과식·체형, 위산 역류를 부추기는 조건들…이런 신호 반복되면 진료 시점
전문의들은 만성 위산 역류와 그에 따른 합병증이 남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내장지방이 위를 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체형, 야식과 과식, 잦은 음주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잠들기 직전 식사는 위 배출을 늦춰 야간 역류를 유발하기 쉽다. 밤 시간대 발생한 역류는 위산이 식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막 손상 위험을 더 키운다.
반복되는 속쓰림이 있다면 식사·수면 패턴 점검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증상, 이유 없이 이어지는 만성 기침이나 쉰 목소리는 위산 역류가 식도 상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밤마다 역류 증상이 반복되거나, 제산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고 느껴질 때도 점검이 필요하다. 체중 감소, 토혈, 검은색 변이 동반된다면 지체 없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지오프레 박사는 “위산 역류가 목소리 변화나 삼킴 기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면, 이미 단순한 속쓰림 단계를 넘은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산 역류 관리의 기본은 생활 습관 조정이다. 잠들기 최소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이 권장된다. 음주와 카페인 섭취, 자극적인 음식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진료실에서 보면 약을 복용하고 있어도 식사 시간이나 수면 습관이 바뀌지 않아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가벼울수록 생활 습관 조정이 치료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속쓰림이 반복될 경우 약만이 아닌 식사 시간과 수면 습관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