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니션 엑스포에 전 세계 1200여개 스타트업이 밀집한 ‘유레카 파크’는 입구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며 후끈한 열기를 내뿜었다. 수많은 부스 중 유독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눈에 띄었다. 바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스타트업들을 위해 마련해준 전시관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직접 발굴해 육성한 기업들이다. 양사는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혁신 기술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지원하며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장을 열어젖혔다. ‘미래 기술은 스타트업에 있다’는 두 기업의 믿음이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서 K스타트업의 저력으로 피어난 것이다.
7일(현지시간)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니션 엑스포 유레카 파크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C-Lab)’ 전시관(왼쪽)과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 삼성전자·현대차그룹 제공 ◆삼성 ‘C랩’의 마법 삼성전자 ‘C랩(C-Lab)’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외식 자동화 조리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로닉’의 부스다. 시중에 나온 조리 로봇은 정해진 레시피대로 냄비를 휘젓는 수준인데, 이곳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로봇 팔이 비정형의 식재료를 스스로 계량하고, 정확한 양을 소분해 투입하는 모습이 마치 노련한 주방 보조를 보는 듯했다. 현장에서 만난 오진환 로닉 대표는 “식재료 정보까지 데이터화해 AI가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삼성전자와 기술 협력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부스 안쪽으로 이동하니 스마트폰을 든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반려동물 AI 헬스케어 기업 ‘십일리터’의 전시 부스 앞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강아지 사진을 내밀자 ‘라이펫’ 애플리케이션(앱)이 순식간에 AI 분석을 마치고 슬개골 탈구 가능성을 경고했다. 뒷다리나 치아 사진만으로 집에서 진행성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에 반려견을 키우는 관람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C랩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기술에 빠져 있었다. ‘스트레스솔루션’ 부스에서 헤드셋을 쓴 관람객들은 AI가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분석해 생성한 개인 맞춤형 힐링 사운드를 들으며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현대차 ‘제로원’, 산업의 혈관을 뚫다
삼성 C랩이 우리 삶에 밀접한 ‘라이프스타일’ 혁신이었다면,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ZER01NE)’ 전시관은 산업 현장을 바꾸는 묵직한 하드웨어와 AI, 에너지 기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번 CES 혁신상을 거머쥔 ‘솔라스틱’의 태양광 모듈이었다. 기존의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 대신 플라스틱 패키징을 적용해 무게를 절반으로 줄였고, 그 덕에 차량 지붕이나 곡면에도 유연하게 부착할 수 있었다. 미래 모빌리티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대를 앞당길 기술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로봇 무선 충전 솔루션을 전시한 ‘카포우’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로봇이 따로 충전소에 가지 않고 이동 중에 바닥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기술이다. 물류센터 로봇이 24시간 멈추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말 그대로 ‘죽지 않는 배터리’ 기술인 셈이다.
에너지와 AI의 결합도 돋보였다. ‘일렉트릭피쉬’는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와 에너지 저장 기술을 통합한 스토리지를 개발했고, ‘데이터크루’는 전기차 배터리를 실시간 분석·예측해 유지 및 보수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밖에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1000배 빠르게 신약을 개발하고 신소재를 찾아내는 양자화학 소프트웨어 ‘큐노바’, 기구 설계를 AI가 대신해 주는 ‘아이디어오션’ 등 현대차그룹이 육성하거나 협업 중인 10개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뽐냈다.
라스베이거스=이동수·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