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의 체감은 정반대다.
기준금리는 내려갔지만, 대출 이자는 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하는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매달 내는 돈이 오히려 늘었다”는 불만이 새해 들어 잇따르고 있다. ◆기준금리는 내려갔지만, 주담대 금리는 그대로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6억원 규모의 주담대를 보유하고 있다. A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는 뉴스를 보고 이자 부담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최근 월 상환액이 20만원 넘게 늘었다”며 “가계부를 다시 써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연 3.5%에서 시작해 네 차례 인하를 거쳐 현재 2.5% 수준까지 낮아졌다. 수치만 보면 분명한 완화 흐름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상당수는 3년물 국고채 금리나 금융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장기물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대출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장기금리가 예상보다 잘 내려오지 않으면서 일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오른 경우도 있다”며 “차주들이 느끼는 부담이 실제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6억원 대출 기준, 월 부담 20만~25만원 증가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잔액이 5억~6억원 수준인 차주 가운데 일부는 최근 월 상환액이 20만~25만원가량 늘었다.
특히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 지출이 많은 맞벌이 가구의 경우 고정비 증가가 체감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 정책과 재정 여건, 물가 기대 등이 동시에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곧바로 가계대출 금리에 반영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감금리 부담을 키운 배경으로는 장기간 이어진 가계부채 관리 기조도 꼽힌다. 총량 규제가 유지되면서 금융사들이 대출 확대나 가산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체감금리 역주행’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우대금리는 축소되고, 가산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길어지면서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를 구분하지 않는 규제가 사실상 고착화됐다”며 “결과적으로 실거주 차주들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투기 억제용 규제가 생활비 압박으로 작동”
부동산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금융 규제가 현재는 실거주 가구의 월 고정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실거주 차주들이 사실상 고금리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월 10만~20만원의 이자 증가는 맞벌이 가정이나 자녀를 키우는 가구에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개인의 대출 선택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변동금리 차주는 금리 인상기에는 부담이 즉각 반영되지만, 금리 안정기에는 혜택이 늦게 전달되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가계부채 규제가 엇갈리며 만들어진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주거 안정을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차주에 한해 금리 완충 장치나 규제 차등 적용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기준금리는 내려갔지만, 대출 이자는 오르는 현실. 제도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체감금리 역주행’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