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계약 해지 위약금 면제를 계기로 고객들의 번호이동(통신사 변경)이 본격화하면서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유심 해킹 사태로 영업정지 처분됐던 SK텔레콤 사태와 달리 이런 규제를 받지 않은 KT까지 가입자 지원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번호이동이 한꺼번에 급증해 전산망 장애까지 잇따를 정도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부터 전날까지 10만7499명이 KT를 떠났다. 이탈 고객 6만8834명(64.03%)이 SK텔레콤으로 향했고, LG유플러스 2만5152명(23.40%), 알뜰폰은 1만3513명(12.57%)으로 집계됐다. 전날 KT 이탈 고객은 2만8444명으로 하루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요일 개통분이 반영된 5일 수치를 뛰어넘으면서 고객들의 통신사 이동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휴대폰 지원금이 많은 ‘성지’ 정보가 쏟아졌다. 일부 판매점에선 휴대폰을 바꾸지 않고 통신사만 바꾸는 유심 변경에도 4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안내가 올라오기도 했다. 유심을 먼저 변경하고 나중에 기기를 교체하면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고가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최신 기종인 아이폰17 등을 무료 개통하거나 구매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마이너스 폰’이 나왔다는 사례도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통신 3사는 보조금 지급 규모를 앞다퉈 늘리는 중이다. SK텔레콤은 특정 요금제 사용 시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월 요금을 환급해 주는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일부 요금제를 대상으로 첫 달 요금을 모두 돌려주거나 고가 요금제의 경우 수십만원의 현금성 환급 이벤트를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때문에 고객들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KT 이탈 고객 현황을 보면 해킹 피해에 따른 신뢰 문제가 본질이란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기기변경에 판매지원금을 제공하고, 저가 요금제 지원을 늘리는 등 가입자 이탈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월 3만원대 저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수십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준다. 다음 달부턴 6개월간 데이터 제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 등 멤버십 혜택을 늘린 보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난 4일 서울시내 휴대폰판매점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번호이동 고객이 몰리면서 전산 장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6일에는 번호이동 시 전산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사전동의 절차를 한시적으로 생략하도록 조처했다. 특정 통신사의 시스템 문제보단 번호이동 신청이 몰리면서 장애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자 당국은 이날부터 현장 점검에 착수하고 이용자 피해 예방에 나서기로 했다. ‘공짜폰’으로 안내하고 각종 부가서비스를 묶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와 카드사 혜택을 지원금으로 부풀리는 행위 등을 집중 점검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단통법이 폐지된 상황이니 지원금 자체보다는 허위과장광고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