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포츠 팬들이 2026년 가장 먼저 기다리는 빅이벤트가 2월6일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다. 여기에 더해 올림픽이 끝난 뒤 3월6일 같은 장소에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겨울 스포츠 축제가 있다. 바로 동계패럴림픽이다. 신체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이 펼치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주는 다양한 감동을 맛볼 수 있는 무대다.
이런 ‘거사’를 앞두고 한국 장애인스포츠를 이끄는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을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만나 다가올 패럴림픽 준비상황을 비롯해 장애인 체육 전반의 현안 등을 들어봤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은퇴 이후 체육행정에 투신해 한국 장애인스포츠의 발전에 노력해 온 정 회장은 2021년 2월 한국 장애인스포츠를 이끄는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해 2월 재선에 성공해 2029년 2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특히 지난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패럴림픽을 앞두고 방송 중계 확대 등을 제안하는 등 장애인 체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장애인체육회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준비 상황과 패럴림픽 생중계 확대 등 장애인스포츠의 현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 회장은 “패럴림픽 생중계가 늘어나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제원 선임기자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준비상황과 기대 성적이 궁금하다. “이제 종목별 출전 쿼터는 거의 다 확정된 상태다. 현재 5개 종목에 선수 16명이 확정돼 선수단은 아마 47명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다. 이제 마지막 초청 쿼터가 남아 있어 최종 선수단 규모가 조금 늘어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기대했던 파라아이스하키가 출전권 획득을 하지 못한 점이다. 지난 베이징 대회에서는 아쉽게 노메달에 그쳤다. 이번 밀라노에서는 최소 메달 한두 개 정도는 예상하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노르딕 스키나 컬링 종목에서 무난하게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금메달 하나 따는 것이다. 컬링 혼합 더블 같은 경우 한국 선수들이 세계랭킹 1위를 하고 있다. 천지가 개벽하면 금메달 두 개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
─메달을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동계 시즌이 지금 본격적으로 시작돼서 몇몇 종목 선수들은 이미 전지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주부터 평창에서 훈련에 들어가는 등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 선수들도 있다. 또한 사전에 보름 정도 전지훈련을 보내서 현지 적응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 메달권 진입이 가능한 9명의 선수를 추려서 스포츠 과학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집중 지원을 하고 있다. ”
─지난 16일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에게 패럴림픽 생중계가 너무 적다면서 중계 의무 편성 필요성을 강조해 화제가 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고시에 의무적으로 중계방송을 해야 하는 ‘국민적 관심행사’가 있는데, 여기에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은 포함됐지만 패럴림픽이나 파라아시안게임이 빠져 있어 그것을 포함해 달라는 뜻이었다. 다만 방미통위에서는 패럴림픽 중계가 의무사항이 되면 중계 비용이 늘어나 방송사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을 고민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50%라든지 준결승 이상, 8강전 이상 같은 기준을 정해서라도 중계방송을 하면 장애인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계방송 확대를 위해 지난해 김예지 의원과 함께 방송법 고시 개정에 대한 정책세미나도 가졌다. 업무보고 때 대통령도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발언했다. 중계방송이 많이 되면 기업팀 유치나 스폰서십도 좀 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
─장애인 국가대표 코치진의 처우 개선 문제도 중요해 보인다.
“그래도 지금은 저희가 감독이라든지 코치 이 부분은 전 종목의 월급제가 이미 시작이 됐다. 내년에 전 종목 감독·코치·트레이너의 월급제가 시작된다. 여기에 훈련 보조라든지 파트너들의 수당도 올해에 하루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처우 개선들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
─장애인 체육 선수 수급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안다.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 똑같은 고민이다. 특히 요즘은 장애인들도 공무원이라든지 의무고용 기업에서 늘어나면서 공부만 하면 좋은 곳에 취업도 가능한 환경이 되다 보니까 힘든 운동을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우리는 장애인들에게 엘리트 선수가 될 것이 아니어도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과학원과 함께 여러 가지 정책 연구도 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지역에서 기초종목 선수 발굴단을 구성해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 자원을 장애등급 분류, 체력 테스트 등을 거쳐 찾아내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려고 한다. 이를 위한 시범사업을 몇 년간 쭉 해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정보종합데이터를 구축해 유망주들을 꾸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도 이제 거의 다 만들었다. ”
─장애인 체육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장애등급제를 스포츠등급제로 바꾸는 문제다.
“등급 분류는 장애인스포츠에서는 기본이다. 장애가 비슷한 사람끼리 경쟁해야 공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등급 분류는 해당 종목에서 전담해 진행해 왔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에 국제등급분류사가 없어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한 가운데 등급분류사 몇 명을 지정해 규정집만 보고 등급을 분류한 사례들이 있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등급분류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게 이제 4년 정도 됐다. 예산을 확보해서 물리치료사, 의사, 한의사, 간호사들도 이런 등급 분류 자격을 딸 수 있도록 양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종목별 등급 분류를 양성한 다음에 우수한 분들은 국제등급분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파견을 보내는 등 종목별 스포츠등급분류 체계를 갖춰 가고 있다. 국제등급분류 자격을 따기 위해서는 열흘 정도 국제대회에 나가서 직접 일을 해야 하는 데 그럴 여유가 있는 의사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물리치료사협회 등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금은 이분들이 국내에서 교육받고 국제 자격을 획득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등급분류체계가 바뀔 예정이라 내년부터 국내에서 새로운 등급분류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
─한국 장애인 체육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외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들을 4회 연속 당선시키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을 꾸준히 해오면서 외교적 입지를 넓혔고 올해는 서울에서 IPC 총회도 개최했다. 많은 나라에서 한국에서 IPC 위원장도 한번 출마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아서 이번 총회에서 배동현 BDH재단 이사장이 출마도 했는데 아쉽게 낙선했다. 그래도 많은 나라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 달라는 의견이 많다. 이제 얼굴을 알렸기에 다음에는 충분히 당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IPC 선수위원(원유민)도 당선을 시켰기 때문에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에서 선수위원에 재도전해서 당선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IPC뿐만 아니라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 선거가 2027년에 있다. 그 밖에도 종목별 세계연맹에 우리 전문가들을 진출시키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
─장애인체육회장으로 두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이렇게 장애인 체육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스포츠는 내 삶이라고 생각한다. 1987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돼 장기와 심폐기능이 좀 많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보시다시피 건강하게 살고 있다. 마침 주치의 선생님이 IPC 의무위원이어서 장애인 체육을 접한 덕이다. 휠체어 농구부터 사격 테니스 등 여러 종목을 경험하다 사격에 정착했고 금메달도 따게 됐다. 스포츠가 나에게 준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체육 환경을 잘 만들어서 우리 많은 장애인들이 스포츠로 뛰어들고 일상 속에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그동안 해왔던 일 중에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시드니 패럴림픽을 다녀온 뒤 장애인 체육을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전하기 위해 싸워서 성취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우리 장애인스포츠가 재활에서 체육으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누군가가 나를 이끌었듯이 나도 후배들을 이끌어준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물려주고 이 조직이 또 탄탄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정착시키는 게 나와 후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장애인 체육인을 대표해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패럴림픽 중계 관련해서도 말씀드렸지만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도 국민적인 관심이 없으면 발전이 되겠는가. 장애인 체육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경기장 한 번 찾아와 주시고 또 중계방송 한 번 봐주시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 요즘 유튜브로도 경기가 다 중계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클릭해 주고 좋아요 눌러 주시길 바란다. 국내 대회에서 경기장이 꽉 차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1966년 전남 함평 출생 ●대성고 졸업 ●용인대 특수체육 학사 및 체육학 석사 ●장애인사격 국가대표 ●대한장애인체육회 부장 ●충청남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 ●한국척수장애인협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대담·정리=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