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 기자] 첫 프로팀에서 겪은 쓰라린 교훈. 전북 현대 새 사령탑 정정용 감독은 그 시절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정 감독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위대한 성취를 이룬 정 감독은 이듬해 K리그2 서울 이랜드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사령탑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여러 이유가 산재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선수 구성에 있었다. 프로 감독이 처음이었던 그는 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서울 이랜드에선 쓴맛을 봤지만 정 감독은 김천 상무에서 재도약했다. 어지러웠던 팀을 정비해 승격을 이끌었고, 2년 연속 K리그1 3위에 올려놨다. 타이트한 압박과 공격적인 전술을 앞세운 과정에 결과까지 챙긴 2년이었다.
주가를 올린 정 감독이 전북의 손을 잡은 이유는 ‘분업화’를 향한 신뢰 때문이다. 현재 전북은 현대 이도현 단장과 마이클 김 테크니컬 디렉터 중심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선수 영입에 감독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구단에서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과거 최강희 전 감독만 해도 사령탑 ‘원맨팀’에 가까울 만큼 입김이 강했지만 정 감독은 오히려 이 방식을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약점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주목한 셈이다.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은 “여러 생각이 있었지만 결국 하게 된 것은 신뢰 때문이었다. 방향성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맞았다”라면서 “내가 여러 일을 하기보다 다른 구조적인 부분, 영역은 구단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분업화할 필요가 있다. 하나보다 둘이, 둘보다 셋이 낫다”라고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전북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나는 가르치는 것은 자신 있다. 좋은 선수를 통해 요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데려온다든지, 외적인 것들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걸 느낀다. 전북은 충분히 분업화하기 때문에 내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가르치고 과정,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U-20 대표팀, 김천 상무 시절의 성공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령대 대표팀엔 그 나이댓 최고의 선수들이 들어온다. 과거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상무에는 K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수준급 선수들이 들어간다. 정 감독은 우수한 재료만 있으면 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전북 환경도 다르지 않다. 정 감독이 김천에서 지도한 김진규, 이동준, 맹성웅과 연령대 대표팀에서 호흡한 송범근, 이승우 등이 있다. 우승 멤버가 건재한 만큼 정 감독은 전북에서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