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제난 해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란에서 시시각각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시위 진압 실패를 대비한 비상 망명계획을 세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남부 파사에서 시위대가 정부 건물을 공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하메네이 측은 군과 보안 병력이 시위 진압에 실패할 경우를 상정해 최대 20명의 측근, 가족들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탈출해 국외로 도피하는 내용을 담은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익명의 정보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이 작전은 하메네이와 그의 아들 모즈타파를 포함한 극소수 측근과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안전한 이동을 돕기 위해 해외 자산과 부동산, 현금을 확보하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 등에서 화폐 가치 폭락과 고물가에 항의하며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일주일이 넘어서며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 절대적 금기로 통하는 정치 구호와 함께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보안군 등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다쳤으며, 110여명이 시위 참여 혐의로 체포됐다고 현지 인권 운동가들이 전했다.
하메네이는 하루 전 국영 방송에 출연해 “폭도와 대화하지 않겠다”며 강경 진압을 시사했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시위 확산 흐름에 ‘플랜B’로 망명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더타임스는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하메네이가 정신적·신체적으로 약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망명이 이루어질 경우 유력한 행선지로 러시아가 꼽힌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 후 망명해 수십년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서 일한 베니 샤브티는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 모스크바로 도피할 것”이라며 “(하메네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하며 이란의 문화는 러시아 문화와 더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