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뼈를 깎는 플랜D, ‘러셀-임동혁 공존’ 승부수도 물거품… 너무 큰 정지석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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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뼈를 깎는 플랜D, ‘러셀-임동혁 공존’ 승부수도 물거품… 너무 큰 정지석 빈자리
사진=KOVO 제공
잇몸을 꺼내봤지만, 무리였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친 V리그 남자부 1·2위 빅뱅, 결국 현대캐피탈의 승리로 끝났다. 세트스코어 3-0(25-17 25-14 25-18) 승리를 물들였다.

두 팀의 간격도 한껏 줄었다. 대한항공이 14승5패-승점 41에 머무르는 동안, 현대캐피탈은 12승(7패) 신고와 함께 승점 38을 찍었다. 현대캐피탈의 사정권에 대한항공이 완벽히 포착되면서 선두 싸움이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대한항공의 고뇌가 느껴지는 한판이었다. 바로 아웃사이드 히터 문제다. 시즌 초반 10연승 행진으로 고공비행하던 대한항공은 연달은 부상에 덜컹거렸다. 정지석이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앞둔 팀 훈련에서 발목을 다쳐 8주 이탈을 알렸다. 설상가상으로 그 자리를 메우던 임재영마저 지난달 28일 우리카드전에서 왼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순식간에 왼 날개 2명을 잃은 헤난 달 조토 감독은 이후 경기에서 김선호, 곽승석, 서현일 등 ‘플랜C’를 가동했다. 마음처럼 통하지 않았다. 어떤 카드도 바라던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최근 3경기 중 2경기에 패배를 적어야 했다.

사진=KOVO 제공
뼈를 깎는 마음으로 이날 ‘플랜D’를 꺼냈다. 공격에 특화된 임동혁과 러셀을 코트에 공존하게 만드는 전술 변화였다.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던 러셀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리고, 그 자리에 임동혁을 내세웠다. 좌우에 쌍포를 배치한 강력한 공격 배구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모두가 떠올린 리스크 하나가 발목을 잡았다. 바로 리시브다.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은 리시브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러셀은 전문 리시브 자원이 아니다. V리그에 처음 도착했던 2020~2021시즌 한국전력 시절에 리시브를 받았지만, 리시브 효율 10.7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후 삼성화재 소속이던 2021~2022시즌, 대한항공 손을 잡은 직전 2024~2025시즌 모두 리시브 라인에 선 적이 없었다.

1세트부터 잡음이 쏟아졌다. 현대캐피탈이 지독하게 러셀을 공략했다. 끊임없는 목적타로 흔들었다. 러셀의 1세트 리시브 점유율은 37.5%였지만, 효율은 0%였다. 9개의 리시브를 시도해 리시브 정확 1개, 실패 2개로 초라한 수치를 남겼다. 2세트에는 4개를 시도해 3개의 리시브 정확을 남기긴 했지만, 나머지 리시브 라인 정한용-료헤이에게 짐이 몰리면서 대한항공이 끝내 경기력을 되찾지 못했다.

사진=KOVO 제공
리시브를 포기한 벌은 가혹했다. 1차 조립이 되지 않자 한국 최고의 세터 한선수의 토스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날 전까지 리그 1위(54.56%)를 찍던 대한항공의 팀 공격성공률은 이날 34.06%까지 떨어졌다. 두 개의 대포를 제대로 가동해보지도 못했다.

패배 위기에 몰린 3세트에서야 플랜D를 포기하고 러셀을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로 되돌렸지만, 너무 늦었다. 완벽하게 궤도에 오른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이날만 서브에이스 4개를 빚어내며 대한항공 리시브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홀로 14점을 올리며 포효했다. 헤난 감독의 승부수를 보란듯이 깨부순 선봉장이었다.

대한항공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최악의 경기력 속에서 시즌 첫 연패를 마주했다. 공수겸장 정지석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위기를 돌파할 기적이 필요해진 대한항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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