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은 빠져나가는데, 결정은 없다… 탈석탄 이후 한국 에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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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은 빠져나가는데, 결정은 없다… 탈석탄 이후 한국 에너지는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의 3분의 1을 담당해왔던 석탄화력발전소가 하나둘씩 멈춰 서고 있다. ‘탈탄소’ 기조에 맞춘 에너지 전환은 현재 진행형이 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전력 공백은 예고된 상황이지만, 그 공백을 무엇으로 또 어떤 비중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석탄 이후의 전기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전력 수요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은 설계 수명이 도래한 노후 설비를 중심으로 순차 폐지된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 비중은 2030년 17.4%, 2038년에는 10.3%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 충남 태안에 있는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는 1990년대 중반 준공 이후 30년 가까이 가동됐지만 발전을 중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석탄발전 폐지 이후에도 전력 공백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폐지되는 규모에 맞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양수발전 등 다양한 전원을 조합해 전력 수급 안정성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단일 전원에 의존하지 않는 다원적 전원 믹스가 해법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한다.

다만 이같은 설명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가운데 어느 쪽을 전력 구조의 중심축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현실적 장점이 있지만 사회적 논쟁 부담이 크고, 재생에너지는 정책적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출력 변동성과 계통 제약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조정 국면은 12차 전기본 수립을 앞두고 마련된 공식 논의 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회에서 개최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토론회’에서는 전력 수요 급증과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고려할 때 원전이 탄소중립의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맞섰다. 기후부는 한 차례 토론회를 더 진행한 뒤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최적의 대안을 만들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달리 주요국들은 전력 구조의 중심축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정하고 그 선택을 정책으로 고정해왔다. 프랑스는 전력의 약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며, 탈탄소 기조 속에서도 원전을 핵심 전원으로 재확인했다. 독일은 탈원전 이후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을 명확히 선택했고, 비용 부담과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방향 자체는 흔들지 않았다. 영국 역시 석탄 퇴출과 함께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역할을 구분해 병행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굳혔다.

AI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력수급은 미래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됐다. 또 탄소국경세(CBAM) 시행도 코앞으로 다가오며 산업계에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전망이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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