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T 위즈 제공 찰나의 승패가 순위표를 뒤흔든다. 가을야구를 향한 각 구단의 발걸음이 치열해진 가운데 KT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발투수 3명을 한 경기에 차례로 투입한 것이다. 단기전 총력전에서도 쉽사리 보기 어려운 장면이 정규리그 막바지 들어 나오고 있다.
KT는 9일 홈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끝난 두산전에 소형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후 7회부터 마찬가지로 선발 자원인 패트릭과 고영표를 차례로 1이닝씩 올렸다. 불펜 손동현을 포함, 총 4명의 투수로 8-1 승리를 일궜고, 순위 경쟁에 소중한 1승을 보탰다. 포스트시즌(PS)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자리를 지키면서도 3, 4위 도약 발판까지 마련했다.
사실 선발 두 명의 정규리그 막판 같은 경기 투입은 종종 볼 수 있다. 세 명이 총출동한 사례는 보기 어려웠다. 김경문 감독(현 한화)이 지도했던 2014년 NC가 비슷한 운용을 펼쳤다. 그해 10월14일 마산구장에서 삼성 상대로 해커와 웨버, 이재학 등 3명이 줄지어 등판한 적이 있다. 정규리그 3위를 확정한 뒤 잔여일정 두 경기를 남겨두고, 가을야구를 염두해 컨디션 조율 차원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2016년 한화도 있다. 이 시즌 PS 레이스 탈락 후 10월5일 수원 KT전에서 당시 선발 자원이었던 이태양과 송은범, 에릭 서캠프 셋으로만 경기를 끝냈다. 다만 이번 시즌 KT는 PS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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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 위즈 제공 이번 운용은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일회성이 아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조련사인 이강철 감독은 지난달 3일 창원 NC전 고영표의 불펜 투입을 결단하기도 했다. 이어 31일 광주 KIA전에선 또 다른 선발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구원 등판했다. 다른 팀들이 좀처럼 택하지 않는 방식이란 점은 자명하다. 자칫 ‘무리한 총력전’으로 비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KT도 할 말은 있다. “(예정된) 불펜 피칭을 실전으로 대체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고영표는 휴식 일정 및 등판 간격이 길어져 실전 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고, 패트릭 역시 최근 무릎 통증 여파로 짧은 이닝 소화가 불가피했다. 그는 차주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한다.
팀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인 고영표는 ‘책임감’을 강조한다. 9일 두산전을 마친 뒤 “이제 가을야구 할 때가 왔구나 싶다. 지금은 1승 1승이 중요한 시기라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름의 고충을 겪으면서 깨달은 바도 있다. “항상 이렇게 점수 차가 타이트한 상황에 올라가야 하지 않나. 불펜 투수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승 하나에 3위가 될지, 6위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대한 집중해 책임감을 갖고 남은 시즌을 치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절실함으로 빚어낸 선택이지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6년 연속 PS 진출을 정조준하는 마법사의 ‘가을 모드’는 일단 시작됐다. 잔여 일정이 비교적 적다는 점은 부담을 덜어주지만, 변수도 적잖다. 비 소식에 따라 일정이 꼬일 수 있고, 차주엔 LG와 한화, 삼성과의 홈 6연전이 기다린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 KT가 어떤 결말을 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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