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본사 전경 [사진=KCC]KCC가 10년 만에 그룹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국내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건축자재(건자재) 업계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29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KCC는 12월부터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은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 만 40세 이상 정규직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150여명 규모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사측 예상치에 못 미칠 경우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활용한 직무 재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군과 무관하게 수도권 외 지역 전환 배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명목은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 정리해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CC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에는 호실적 속에서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반면 이번 희망퇴직은 수년째 이어진 매출 둔화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건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건자재 업계가 수요 위축을 겪고 있는 가운데, KCC 역시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 없이는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실제 KCC 실적은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전방산업인 건설업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자 건자재 부문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KCC 건자재 부문 영업이익은 2023년 789억원에서 2024년에는 5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4조9274억원, 영업이익 361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3.1% 줄었다.
건자재 업계 전반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LX하우시스의 지난 3분기 건자재 매출은 5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3억원으로 51.4% 급감했다. LX하우시스 전체 매출에서 건자재 부문 비중은 70%를 웃돈다.
한샘은 지난 3분기 매출 4414억원과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6.1% 줄어든 수치다. 현대리바트 역시 3분기 매출 3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7억원으로 61.7%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판가 인상과 원가 절감으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장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 희망퇴직 카드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조직 규모를 유지하는 것보다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