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 ‘기후동행카드’가 지난해 1월 도입된 지 약 2년 만에 누적 충전 1700만건을 넘어섰다. 시는 정부가 내년 ‘모두의 카드’를 출시하면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요금제’ 개념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모두의 카드와 어떻게 차별화해 나갈지가 과제로 지목된다.
22일 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72만명, 누적 충전 건수는 1700만여건을 기록했다. 하루 이용자 목표치인 50만명을 뛰어넘어 시민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시는 평가했다.
기후동행카드는 1회 요금 충전으로 선택한 사용 기간 동안 서울 지역과 일부 경기도 구간 지하철, 시 면허 시내·마을 버스, 따릉이, 한강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김포·고양·과천·구리·남양주·성남·하남시에서 이용 가능하다. 시가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 주민도 서울 시민’이란 기조 아래 이용 범위를 넓힌 덕분이다. 다만 지하철 신분당선과 GTX, 광역·공항 버스는 이용할 수 없다. 시는 기후동행카드 인기엔 맞춤형 지원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청년 할인권과 단기권(1·2·3·5·7일권)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1월 제대 군인에겐 군 복무 기간만큼 청년 할인 기간을 최장 42세까지 연장해 주기로 했다. 지난 9월엔 청소년과 다자녀 부모, 저소득층 할인 혜택을 늘렸다.
기후동행카드 이용자 만족도는 92.9%에 달했다. 시가 서울연구원을 통해 지난 10월 이용자 506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66.7%가 ‘매우 만족’, 26.2%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이용자들의 교통비 부담이 줄고 대중교통 이용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들은 월평균 교통비를 약 3만원 절감했다. 주당 대중교통 이용이 약 2.26회 늘고 승용차 이용은 약 0.68회 줄어 탄소 절감 등 기후 위기 예방 효과도 확인됐다.
이용자 57.1%는 청년 할인권을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2호선 한양대역(31.7%), 6호선 고려대역(27.2%) 등 대학가 지하철역에서의 기후동행카드 이용률이 높았다.
시는 “기후동행카드와 동일한 무제한 개념과 내용을 포함하는 정부의 ‘모두의 카드’가 내년 출시되면 전 국민이 기후동행카드가 선보인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 혜택을 누리게 된다”고 자평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15일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 사업 ‘K패스’에 한 달간 환급 기준 금액을 초과해 지출한 경우 초과분 전액을 돌려주는 모두의 카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모두의 카드 환급 혜택은 신분당선과 GTX까지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적용돼 전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모두의 카드와의 차별화가 기후동행카드 사업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당장 차별화를 고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