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중대한 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 없이 이렇게 급박하게 결론이 난 적이 없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니 나머지도 다 문제가 된다. "(권기섭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우리 기업에 어떤 경쟁력을 주는지, 상식적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4개월 앞둔 가운데 현장의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무리한 법안 추진으로 사회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전제로 후속 입법까지 고려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근본 논의 다시 해야…오히려 생산적일 수 있어"
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경영·법조계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을 성급하게 시행하기보다는 사회적 대화를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권 전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이 노사 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통과됐다 보니 (정부가) 이후에 수습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이라며 "시행되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될 텐데 이게 우리 사회에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권 전 위원장은 "법안이 시행되기 전이니 근본적인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일사천리로 해서 혼란을 겪는 것보다 오히려 더 생산적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노사 전문가들이 모여서 후속 입법까지 열어놓고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처럼 밀어붙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 역시 "원점에서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란봉투법 이슈가 계속 있었다 보니 이런 게 있구나 생각하겠지만,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면 과연 상식적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 놓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할 환경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 위헌성 여부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노란봉투법은 점진적인 개선이 아니라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해 국민 공감대를 잃고 있다"며 "사용자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유발하는 등 위헌적 내용도 담고 있다"고 짚었다. 또 "의도가 선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실패한 법률"이라며 "개선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청 노조 있는 산업은 韓 경제 근간"
노란봉투법 시행을 4개월 앞둔 가운데 법안 재논의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클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는 1년 내내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하청 대부분이 노조가 없다"며 "지나친 기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핵심축 분야에서 벌어질 혼란을 우려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하청 업체의 노조 조직률이 5% 미만이지만 어느 업종에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들은 주로 조선과 전자, IT 업종 등에 종사하는데 해당 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곳의 하청 노조가 다 교섭을 한다면 우리 경제에 트리거가 될 것"이라며 "숫자가 아니라 영향력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가 조선과 자동차 등 규모가 큰 사업장을 타기팅해서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행령을 마련하는 등 불확실성을 없앤다고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는 게 현장의 솔직한 반응"이라며 "문제가 없다고만 하지 말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제도를 이념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 정부 관계자는 "진보 정권은 부동산, 노동 정책을 이념화해 끌고 간다"며 "현실성이 얼마나 있는지,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지 세력의 반대를 극복하고 실용 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노무현 정부 때가 좋은 사례일 수 있다"고 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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