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절망” 반년만에 2배↑…도대체 어디까지 치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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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절망” 반년만에 2배↑…도대체 어디까지 치솟나?
비강남권도 3.3㎡당 ‘1억 시대’…여의도 첫 진입, 용산·송파는 확장 국면 서울 고가 아파트 지형도 재편…재건축 기대·개발호재, 비강남권 가격 ↑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3.3㎡당 1억원’이라는 상징적 가격선이 더 이상 강남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1억 클럽 진입 자체가 가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별 사업성 판단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 불과 반년 사이 비강남권에서 ‘1억 클럽’에 진입한 단지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자산 양극화 우려와 지역 가치 재평가 흐름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1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강남·서초를 제외한 서울 지역의 3.3㎡당 1억 초과 단지 수는 6월 5곳에서 11월 11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영등포구에서 최초로 1억 클럽 단지가 등장했고, 송파·용산에서도 신규 회원이 계속 추가됐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 집값의 ‘강남 독주’ 구조가 재건축 기대와 도심 개발 압력을 계기로 주요 비강남권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의도 3총사’ 첫 1억 돌파…재건축 탄력에 가격 직상승

올해 11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등포구 여의도다.

그동안 강남·서초, 일부 용산 정도만 형성하던 고가 아파트 지형도에 여의도 노후단지가 합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1월 기준 3.3㎡당 가격은 △시범아파트 1억864만원 △서울아파트 1억468만원 △삼부아파트 1억320만원이다.

이들 세 단지는 모두 노후 대단지로, 재건축 추진 속도가 구체화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뛰었다.

목화·진주 아파트 등도 1억원에 바짝 접근해 단기 내 추가 합류가 예상된다.

송파 역시 고가화 흐름이 강화됐다.

6월까지만 해도 1억 초과 단지는 ‘잠실주공5단지’ 한 곳뿐이었다. 11월에는 잠실 리센츠, 잠실 엘스 가 합류하며 총 3곳으로 늘어났다.

기존 학군·교통·생활 인프라 완성도가 높은 지역에 재건축 논의가 더해지면서 수요가 다시 집중된 영향이다.

◆용산, 개발·정비 호재 맞물리며 고가 벨트 확대

용산은 이미 한강맨션, 한남더힐, 보광동 신동아 등 3개 단지가 1억원을 넘어섰던 지역이다.

11월에는 여기에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1억572만원)가 합류하면서 고가 벨트가 더욱 탄탄해졌다.

향후 용산정비창 개발, 국제업무지구 재정비 논의 재부상 등 직·간접적 호재가 이어지는 만큼 추가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동구에서는 성수 ‘트리마제’가 꾸준히 1억원 이상을 유지하며 동북권의 대표 고가 단지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성수·왕십리·광진 일대로 고가 주거벨트가 확장되는 초기 징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내 신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노후 대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가격을 견인했다”며 “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실수요·투자수요가 ‘미리 사두자’는 움직임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정비창, 여의도 정비사업, 동남권 업무지구 확장 등 대규모 개발이 강남 외 지역에 집중됐다”며 “강남 접근성이 좋은 비강남권 핵심지(여의도·성수·잠실·용산)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왜 ‘1억 단지’ 늘고 있나?

비강남권의 1억 클럽 확산은 서울 전체의 고가화 흐름이 특정 지역을 넘어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여의도 급등은 재건축 기대감이 가격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단기간 고가 단지 증가가 전체 지역 상승인지 특정 단지 급등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 표면적으로는 지역 가치 상승이지만, 실제로는 주거 자산 격차를 다시 확대시키는 흐름일 수 있다.

신규 공급이 어려운 구조에서 재건축 유망 단지로 자금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직주근접성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1억 클럽이 확장되고 있다”며 “재건축 단지 급등은 투자심리가 선제적으로 작동한 전형적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 이슈보다 서울 부동산의 장기 재평가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현상”이라며 “저평가되던 지역들이 개발과 재건축으로 ‘강남 수준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주택자에게는 ‘내집마련 장벽’이 더 높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송파는 생활 인프라가 탄탄하고, 용산은 개발 호재가 집중돼 상승 동력을 확보한 지역”이라며 “단기 급등 지역은 향후 사업 지연 시 가격 되돌림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억 클럽 진입 자체가 가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별 사업성 판단이 필요하다”며 “단기간 고가 단지 증가가 전체 지역 상승인지 특정 단지 급등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역 경쟁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속도가 빨라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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