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오징어에 묻는 하얀 가루 정체, 애플 도움으로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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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오징어에 묻는 하얀 가루 정체, 애플 도움으로 밝혀냈다?

"애플이라는 미국 빅테크에서 우리를 지원해준다는 게 의외였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시험검사 비용도 부담이 되는데,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무상으로 검사를 받고 분석까지 했습니다. "


애플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제조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와 공동 운영하는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통해서다. 애플은 이곳을 통해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들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시험·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한얼물산은 오징어 등 수산물을 가공하는 업체인데, 마른 오징어 표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의 성분을 분석하는 데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27일 포스텍 내부에 위치한 지원센터에서 만난 신승한 한얼물산 대표는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마른 오징어 표면 가루가 곰팡이가 아니냐는 문의가 들어왔고, 성분 분석을 의뢰하기 위해 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신 대표의 요청을 받은 지원센터는 보유한 성분분석 장비를 통해 이 가루의 성분이 타우린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오징어의 체액에 녹아 있던 타우린이 건조 과정에서 표면에 흰색 결정으로 남는 것이다. 타우린은 혈액 순환과 간 보호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얼물산은 이 분석 결과를 통해 고객사들에게 제품의 품질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사설 시험기관에 의뢰했다면 최소 수십만원의 비용이 필요했을 검사를 무료로 진행한 것이다.


신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이런 검사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비용을 들이기도 부담스러운 경우도 많은데, 지원센터에서 무상으로 검사와 컨설팅까지 진행해줘 큰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제품의 소비기한을 설정할 때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확하게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애플의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국내 중소기업 상생의 일환으로 2022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애플과 포스텍 엔지니어들이 상주하며 국내 제조 중소기업들에게 기술과 공정,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업이나 공정 개선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과 직접 보유한 시험분석 장비를 통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든 컨설팅과 교육, 서비스는 전액 무료로 지원된다. 이곳은 애플이 세계 최초로 문을 연 '글로벌 1호' 제조업 R&D 지원센터이다. 이후 애플은 미국 미시간대 등에도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센터 내 연구실에는 각종 정밀시험 장비들이 가득했다. 신 대표의 의뢰 건에 사용됐던 성분분석 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초고정밀 측정 장비들이 가득했다. 정밀 시험장비들은 일반적으로 한 대당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가격인데, 이 장비들을 활용한 시험·분석 결과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한얼물산뿐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제조업 중소기업들이 공정 컨설팅을 받거나 전문 교육, 시험장비 활용을 위해 이곳 포항을 찾는다. 지원센터에 따르면 2023년 개소 후 이곳을 찾은 전체 교육생은 2320명에 달하고, 컨설팅을 제공했거나 분석장비를 제공한 경우 역시 1100여건을 웃돈다. 반도체 제조업체 이엔티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을 개선하는 데 지원센터 소속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았고, 메주 등 전통 발효식품을 만드는 세븐트레져스는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제품 생산 과정에 최신 공정과 무선 송수신 기술을 도입했다.






포항=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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