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누리호를 지상에서 지킨 사람, 박종찬 단장의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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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누리호를 지상에서 지킨 사람, 박종찬 단장의 24시간

"이제 사람이 할 일은 다 했다. 누리호야, 마음껏 날아서 네 역할을 다해다오."


누리호 4차 발사를 책임지는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장은 26일 새벽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전날 밤도 "잠을 잔다기보다 누워서 체크리스트를 떠올리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한 그는 발사 당일에도 평소처럼 아침을 거르고, 숙소에서 조립동까지 600m 길을 걸으며 점검 항목을 되짚었다.



그러나 발사 약 40분 전, 발사임무통제센터(MDC)의 공기가 순간 굳었다. 발사대에서 '엄빌리컬 회수 압력 센서' 신호가 비정상 패턴을 보낸 것이다. 모두가 모니터를 바라보는 사이 박 단장은 짧게 지시했다.


"모두 그대로. 센서부터 확인합니다. "


발사대 엔지니어들은 공압 라인을 수동 검증해 실제 압력은 정상이라는 결론을 냈다. 문제는 센서 신호였다. 하지만 그사이 발사 자동운용(PLO) 진입 시간은 이미 어긋났다. 발사관리위원회는 허용 시각창 마지막 구간인 1시 13분으로 재설정했다. 이날 발사의 가장 큰 변수였던 18분은 그렇게 극복했다.


카운트다운 10분 전, PLO가 다시 가동되자 모두의 시선은 700여 개 센서 신호가 흐르는 콘솔에 고정됐다. 이륙 4초 전, 1단 엔진이 추력을 끌어올리는 곡선이 나타났다. 박 단장이 "추력 정상"을 외치자, 지상고정장치(VHD)가 해제됐고, 누리호는 새벽 1시 13분 우주로 솟구쳤다. 이후 16분은 다시 한 번의 집중 시간이었다.


1단·2단·페어링 분리까지 모든 단계가 정상적으로 지나갔다. 마지막 관문은 13기 위성의 분리였다. 1시 31분 차세대 중형위성 3호 분리 신호가 울렸고, 이어 "2번, 3번…" 신호가 20초 간격으로 이어졌다. 모든 점이 '안정'으로 바뀌는 순간 박 단장은 처음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박 단장은 "다음 발사가 늘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소통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면서 "자기 분야의 전문적 지식은 기본이고 문제를 새롭게 보고 다양한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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