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람들과 만남이 늘어나고, 오랜만에 연락하는 지인들과도 약속을 잡게 된다. 송년 모임과 같은 특별한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관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시기를 맞아,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단순한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에서 마음을 나누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다문화 맥락에서도 시간은 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언어나 피부색과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문화적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서도, 그리고 타인의 관점과 삶의 방식에 공감하게 되기까지도, 많은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일상에서 이주민과 비이주민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다문화적 만남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문화수용성이라는 개념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문화수용성은 단순히 타 문화를 관용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서로를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자세를 의미한다. 다문화수용성은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상호작용과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사회적 감수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이루어지는 다문화수용성 증진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단기적이고 단발적인 형식으로 운영된다. 일회성의 접근만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의 문화와 삶의 배경, 그리고 그 이면에 깃든 감정과 가치까지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이러한 면에서, 제일기획의 후원으로 진행된 삼성 다문화 청소년 스포츠 클래스는 의미 있는 사례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청소년들은 1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스포츠 활동에 함께 참여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우정을 쌓아갔다. 필자가 연구 책임자로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처음에는 서먹하던 관계가 점차 깊은 교류로 발전하였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마음의 폭도 넓혀갔다. “스포츠를 하다 보니 그 친구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가 되었어요.” 한 참여 학생의 이러한 말처럼, 스포츠라는 공동의 활동은 언어나 외모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다문화수용성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 사례는 장기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접근이 다문화 이해와 포용을 증진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다문화적 이해와 수용은 관계 속에서 쌓인 신뢰와 교류의 누적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일상적인 접촉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이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관계를 중심에 두는 것, 어쩌면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바로 이것이 우리 모두의 다문화수용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까.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