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신속한 공급'에 대응할 유일한 카드이자, 건설 현장의 3대 재해인 추락, 끼임, 낙하물 사고를 차단할 해법입니다. "

현 정부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건설 현장의 산업재해를 해소할 방안 중 하나로 김정희 KAIA 원장은 '모듈러 주택'을 제안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안양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에서 만난 김 원장은 모듈러 주택에 대해 "공기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신무기'이며 KAIA가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9·7 공급대책에서 "모듈러를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매년 3000가구의 공공주택을 모듈러로 발주하겠다고 밝혔는데, KAIA는 기술 혁신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모듈러는 전체 공정의 80% 이상을 자동화된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레고 블록'처럼 모듈러를 조립해 짓는 주택을 말한다. 고소 작업이나 위험한 가설 시설이 거의 없어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30년간 국토부에서 주택, 건설, 교통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인 김 원장은 "전통 방식으로는 4~5년 걸릴 집을 2~3년 만에 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혁신성을 인정받은 주택 공급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다소 뒤처진 측면이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층인 56층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를 모듈러로 지었고, 영국과 미국도 50층 가까운 고층 빌딩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도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 허들을 넘어 20층 이상 단지를 짓기 위해 250억원 규모의 R&D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조만간 모듈러 공장도 직접 방문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장이 작아, 규모의 경제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기존 공법보다 비용이 30% 비싸다'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아직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을 뿐"이라며 "현장마다 규격이 달라 매번 틀을 새로 짜야 하고, 무거운 모듈의 물류비용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처럼 표준화된 공정으로 대량 생산하면 원가는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현장에서 중대재해로 공사가 중단되고,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는 천문학적 '숨겨진 안전 비용'까지 고려하면 모듈러는 결코 비싼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복잡한 자동차도 만드는데 집은 더 쉽다'며 1만 달러짜리 '타이니 하우스'를 공개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미 삼성전자·LG전자도 모듈러 주택에 나선 만큼, 미래에는 전자·자동차 회사가 주택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AIA'는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우리 삶에 많은 기술적 기여를 하고 있는 기관이다. 시속 120km로 달려도 차로 두 개를 동시에 인식해 통행료를 결제하는 '고속도로 스마트 톨링', KTX 국산화 기술, 123층 롯데월드타워를 올린 초고층 건축 관련 기술,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에 적용된 초장대교량 기술까지 모두 KAIA의 R&D 성과다. KAIA는 기술 수요 발굴부터 연구자 선정·관리, 성과 확산까지 책임지는 국토부의 'R&D 컨트롤타워'다.
지난 1월 취임한 그는 2030년까지 현재 정부 총 R&D의 1.8%(5413억) 수준인 국토교통 R&D 예산을 '1조 원 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처럼 과제 하나에 2년 이상 걸리던 느린 기획 방식 대신, KAIA가 직접 현안을 발굴해 1년 내 대응하는 '자체 기획 R&D'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무안국제공항 사고 직후, 즉각 '항공기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과 '조류 퇴치 시스템' R&D를 기획해 내년 신규 사업으로 착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직 운영에 있어 그는 '소통'과 '집단지성'을 강조했다. "관료 조직의 병폐인 '칸막이'와 '단절'을 깨고 싶었다"는 그는, "실무자가 문제를 숨기고 혼자 끙끙 앓는 문화를 없애기 위해 '주요 사업 점검 회의'를 매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현 담당자는 물론, 업무 연속성을 위한 전임자와 유관 부서장까지 모두 참석한다. 그는 "전임자의 경험과 유관 부서의 시각이 더해지며 끙끙 앓던 문제의 해법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집단지성의 아이디어로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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