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혁명 포기한 뉴진스…후폭풍 극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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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혁명 포기한 뉴진스…후폭풍 극복이 관건

그룹 뉴진스의 멤버 5인 전원이 소속사 복귀의사를 가운데 후폭풍이 거세다.

어도어는 지난 12일 오후 뉴진스 멤버 2인 혜인·해린의 복귀 결정을 전하며 “두 멤버는 가족들과 함께 심사숙고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끝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전속계약을 준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자 남은 3명의 멤버인 민지·하니·다니엘도 급박하게 복귀를 통보했다. 3인은 어도어가 아닌 법률대리인을 통해 “최근 신중한 상의를 거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한 멤버가 현재 남극에 있어 전달이 늦게 됐는데 현재 어도어가 회신이 없어 부득이하게 별도로 입장을 알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어도어는 이튿날인 13일에도 여전히 3인의 복귀 발표와 관련해 진의를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완전체 복귀가 성사된다면 다섯 멤버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지 약 1년 만에 돌아오는 상황이다.

◆1년간의 진흙탕 싸움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브는 당시 자사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경영권 탈취 계획에 관한 정황을 파악했다며 감사에 들어갔다. 이에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장한 감사임을 주장했다. 이후 8월 민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뉴진스는 ‘민희진 편들기’에 돌입했다. 9월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12월에는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제기 후 독자 활동에 나섰으나 올해 1월 독자 활동을 금지해달라는 어도어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며 활동에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법원은 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전속계약 소송에서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뢰관계가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돼 전속계약의 해지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와 피고들 사이 2022년 4월21일 체결된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따라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은 2029년까지 유효하다. 선고 직후 뉴진스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즉각 항소할 예정임을 밝혔으나, 항소 마감 기한이 다가옴에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뉴진스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어도어, 뉴진스 상대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혁명가 자처한 뉴진스, 복귀 후에도 험난하다

전속계약 소송에서 승소한 어도어는 “정규 앨범 발매 등 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아티스트와의 논의를 통해 팬 여러분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이런 가운데 멤버들의 복귀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긴 시간 뉴진스 멤버들이 던져놓은 수많은 언행이 수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복귀 불가를 선언했던 멤버들은 지난해 10월 멤버 하니가 하이브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의 아일릿 매니저로부터 “무시해” 발언을 듣는 등 사내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 국정감사에도 참석했다. 또 팀명을 NJZ로 바꿔 해외 활동에 나선 뒤 어도어의 독자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외신을 찾아갔다. 멤버들은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이게 한국의 현재 현실일 것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라며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월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3차 변론기일에서는 탄원서를 통해 “어도어로 돌아가라는 건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며 “하이브 사옥 근처에만 가도 심장이 떨리고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할 정도다. 멤버들의 인격권은 없나”라고 호소했다.

돌아선 여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뉴진스는 억울함을 주장하기 위해 동료 가수들에게 생채기를 냈다. 르세라핌의 데뷔 순서, 아일린 표절 이슈 등을 두고 지겹도록 싸워왔다. 이 과정에서 언급된 가수들을 포함해 소속사 직원, 이들의 수많은 팬도 고통받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은 시선은 나빠졌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제공 ◆‘뉴진스 맘’ 자처한 민희진, 끊어진 인연

뉴진스는 민 전 대표의 해임으로 어도어가 전속 계약상의 중대한 의무를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양측의 신뢰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해왔다. 뉴진스 멤버들은 민 전 대표의 복귀를 계속 요구해왔고 법원의 판결이 불리하게 돌아감에도 신뢰를 보이며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제시한 음반 밀어내기 등의 여러 문제가 소속사의 의무 위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준비하고 찾아낸 사전 작업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멤버들이 패소와 함께 어도어 복귀를 결정하면서 하나로 뭉쳤던 민희진-뉴진스의 고리는 끊어진 모양새다.

민 전 대표는 현재 260억원 상당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두고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더해 재직 당시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받은 과태료 처분에 대해 불복 소송을 냈으나 패소 판결을 받았다.

민 전 대표는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의 1심 결과 발표에 앞서 ‘ooak’라는 새로운 연예기획사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사업 목적은 연예인 매니지먼트 대행업, 음악제작, 음반제작, 음악 및 음반유통업, 공연 및 이벤트 기획·제작업, 브랜드 매니지먼트 대행업, 저작물 출판업 등이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개저씨”라고 소리치며 파격적인 기자회견으로 당당함을 어필했던 민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시선이 모였다.

민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SNS에 “멤버들이 함께 복귀하기로 한 결정은 깊은 고민과 대화를 거쳐 내린 선택일 것이다.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어디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든 뉴진스는 5명 으로서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더 단단해지고, 더 나은 뉴진스가 되길 바라며 무엇보다 5명 멤버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하이브와 자신의 소송전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민 전 대표는 “나와 하이브간의 소송은 뉴진스와 전혀 관계 없는 별개의 소송이다.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임하고 있으니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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