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22위인 대방건설이 구교운 회장의 딸과 며느리가 소유한 계열사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9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계열사에 대여했다.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인상의 악순환 속에 불어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잠식을 겪고 있는 부실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자금 지원이 이어지면서 그룹 전반에 재무 여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총 35회에 걸쳐 관계사 9곳에 8780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여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대여금(4327억원)대비 103% 증가했다.
가장 많은 자금을 빌린 곳은 대방산업개발로, 총 11회에 걸쳐 2928억원을 차입했다. 이 회사는 구 회장의 딸인 구수진씨와 구 회장의 며느리가 각각 50.01%, 49.99%씩 지분을 소유한 가족회사로, 매해 차입금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 이달 기준 상환된 금액을 제외한 대방산업개발의 총차입금 잔액(차입총계)은 3831억원이다. 2023년 358억원에서 지난해 2033억원, 올해는 3000억원대로 뛰었다.
대방이엔씨(1176억원), 대방건설동탄(768억원), 디비하우징·디비종합개발·디비토건(812억원), 디비이엔씨·디비개발기업(640억원), 대방하우징(190억원) 등도 모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 대방 그룹은 구 회장의 아들과 사위가 지분을 소유한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이 주요 축이다. 주축으로 두개의 회사가 각각 23곳, 11곳의 자회사를 소유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특히 경기도 동탄 개발사업을 위한 계열사에도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 대방건설은 올해 들어 계열사 대방건설동탄에 5차례에 걸쳐 768억원의 자금을 대여했다. 대방건설동탄은 화성시에 위치한 주상복합 '동탄역 디에트르'를 개발하기 위해 2017년 설립된 회사다. 지난 1월 준공된 후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분양이 완료됐다. 그러나 현재 판매시설이 아직 분양 중으로, 이에 따른 자금을 조달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계열사로 자금을 몰아주는 것은 실적 확보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대방건설과 그룹 계열사들은 공공택지 입찰부터 시행·시공까지 내부에서 소화한다. '벌떼입찰→내부시공→지배구조 내 자금순환' 등의 순으로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내고 있다. 이중 대방건설은 계열사가 시행사로 있는 사업의 시공을 맡아 실적을 확보한다. 대방건설이 올해 분양을 계획한 물량은 약 9000가구다.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공격적인 분양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질 경우 지배구조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방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42.5%로 셀트리온(65.7%) 다음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대방건설은 과거 공공택지를 가족회사에 전매한 혐의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계열사까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방건설이 700억원대 자금을 내어 준 대방건설동탄은 지난해 말 기준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부실 계열사다. 지난해 구 회장의 저녀와 며느리의 회사인 대방산업개발도, 자회사인 대방산업개발동탄에 총 127억원을 대여했다. 대방산업개발동탄은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433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대방건설은 재무건전성에 부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적법하게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계열사 간 자금 대여는 내부 자금의 효율적인 순환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상 인정되는 정상적인 이자율을 적용한 금융거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 규모는 각 계열사의 사업 진행 상황과 대방건설의 재무 여력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집행돼 현재의 재무 구조 내에서는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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