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내 탄소중립과 전력 시장 개편을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탈탄소와 에너지 전환을 주도한 유럽 국가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발전협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12일 개최한 '유럽 에너지 전환 과정으로 본 한국 전력 시장 개편방안' 세미나에서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급격한 탈탄소 정책을 추진한 유럽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구조로 인해 전력가격 급등, 공급 불안, 산업 경쟁력 약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독일은 높은 전기 요금과 불안정한 전력 공급으로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탈탄소'가 '탈산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스페인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겪으면서 유럽 전역에 걸쳐 전력 공급의 안정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우리도 급격한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전력 안정성 저하와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다며 송·배전망 투자 확대, 동기 발전기들의 기동 비용 및 보조 서비스 비용 합리적 보상, 전기요금 합리화, 산업부문의 전력 접근성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제를 맡은 서울과학기술대 전우영 교수는 유럽 송전 시스템 운영자 네트워크(ENTSO-E)가 최근 발표한 '스페인 정전 사실 조사 보고서(Factual Report)'를 인용해 지난 4월 발생한 스페인 정전 사태는 1차적으로는 계통 운영자의 관리 부실 책임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태양광·풍력 등 인버터 기반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 확대가 유발한 전력 계통의 관성 부족 및 전압 불안 등에 근원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정전 사태는 남부 지역에서 재생 에너지의 출력 과다(당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70% 이상)로 송전망이 과전압 상태에 근접하자 인버터형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이 자체 보호 시스템 작동으로 계통에서 연쇄적으로 탈락(1분간 2.5GW)하면서 촉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무효 전력(전력망을 안정시키는 힘) 지지 역량을 가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전통적인 동기 발전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전압 붕괴, 주파수 급락, 발전기 추가 탈락의 악순환을 막지 못하고 이베리아반도 전체의 광역 정전 사태로 발전했다.
전 교수는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로 LNG 발전의 이용률은 하락하지만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한 백업 자원으로서 LNG 발전 용량확보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도 계통안정을 위한 '용량시장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영산대 박용기 교수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자원의 합리적 보상방안'에 따르면 2019년 13.5테라와트시(TWh)였던 태양광 발전량이 2023년 34.6TWh로 증가하는 동안 LNG 발전기들의 연간 기동 횟수도 7380회에서 1만4291회로 급증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LNG 발전소의 기동·정지가 크게 증가하며 직·간접적인 비용이 상당히 발생하지만 발전사들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유연성 자원의 적정 확보를 위해 하루전 발전계획과 신뢰도 발전 계획으로 이원화된 운영 예비력 확보 기준을 통일하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 연계해 예비력 시장을 개설하는 등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보조 서비스'에 대한 보상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토론자로 나선 홍익대 이서진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보조 서비스 시장 확대, 실시간 가격 신호 강화 등을 통해 신규 유연성 자원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유연성 제공에 대한 보상 체계가 미흡하다"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으로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명확히 반영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민간발전협회의 이운호 부회장은 "LNG 발전은 재생에너지와 경쟁하는 발전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불안을 보완하는 '파트너 전원'"이라며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LNG 발전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보완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동 비용과 보조 서비스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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