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드론을 성층권까지" 리튬메탈배터리로 美 방산시장 도전장 던진 유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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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드론을 성층권까지" 리튬메탈배터리로 美 방산시장 도전장 던진 유뱃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에 있는 이차전지 스타트업 유뱃(UBATT) 사옥 앞에는 파란색 컨테이너가 줄지어 서 있다.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개발중인 배터리를 시험·분석하는 시설이다. 배터리를 시험하다 화재가 나더라도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기 위한 아이디어다.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이 시설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유뱃은 국내서 리튬메탈 배터리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에 리튬금속을 사용하는 이차전지다. 리튬금속은 현재 범용으로 사용하는 흑연보다 이론 용량이 10배 이상이어서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


유뱃은 2016년 10월 창업해 이제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 셋방살이를 끝내고 현재의 사옥으로 이전했다. 총 3층 규모 본사 1층에는 연 10메가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파일럿(시험 생산) 라인도 갖추었다. 이곳에서는 고객사에 보낼 균일후막전극(TEP·Thick Electrode Platform)과 리튬메탈 배터리 샘플을 제작하고 있다.


2층에는 한꺼번에 배터리 1000개를 충·방전할 수 있는 사이클러 장비가 들어서 있다. 1, 2층은 습도를 완전히 차단하는 드라이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장비를 갖추는 데만 약 100억 원이 들었습니다. " 지난 4일 기자에게 시설을 안내하던 이창규 유뱃 대표가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유뱃은 지금까지 누적 162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대부분을 장비 구입에 썼다.


덕분에 유뱃은 여느 이차전지 스타트업과 달리 양산 직전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유종태 유뱃 최고제품책임자(CPO·상무)는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이차전지 스타트업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뱃에는 지금까지 현대차그룹, KDB기업은행, 소풍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D3쥬빌리파트너스, 비엠벤처스, 골든오크벤처스 등이 투자했다.

'에너지밀도 2배' 균일후막전극기술, 주요 제조사와 라이선스 논의중

유뱃이 가장 내세우는 기술은 균일후막전극이다. 전극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균일하게 분포하게 만들어 전극을 두껍게 제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극은 두께가 두꺼울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하나의 배터리는 양극-분리막-음극으로 이루어진 단위 셀을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드는데 전극이 두꺼우면 그만큼 적층(스택·Stack) 수를 줄일 수 있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전극은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유기 용매에 넣고 섞은 뒤 집전체(알루미늄 포일·구리 포일)에 코팅한 후 건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때 전극이 너무 두꺼우면 건조 과정에서 무거운 활물질은 가라앉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도전재, 바인더는 위로 뜨는 마이그레이션(층분리)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전자의 흐름을 방해해 배터리의 성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 대표는 "층분리 현상을 억제하는 특수 첨가제를 개발해 전극을 두껍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유뱃은 균일후막전극 기술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하는 동시에 글로벌 자동자 제조사 및 배터리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유뱃은 양극에 균일후막전극을, 음극에 리튬금속을 적용한 리튬메탈 배터리 '스트라토스(Stratos)를 개발했다. 에너지밀도는 600와트시/킬로그램(Wh/㎏)에 달한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5' 스타트업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대표는 "실제 양산 제품의 에너지밀도는 450~500Wh/㎏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흑연을 음극재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에 달하는 성능이다.

스트라토스는 지상 10~50㎞ 구간의 성층권을 뜻하는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에서 착안한 단어로, 비행체를 성층권까지 보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뱃의 리튬메탈 배터리는 드론 등 무인항공기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가벼우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 대표는 "전기차, ESS 시장은 이미 대규모 양산 체계를 갖춘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여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방산 분야는 우리같은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리튬메탈 배터리의 가장 큰 취약점은 덴드라이트(dendrite)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덴드라이트는 음극에서 리튬 결정체가 나뭇가지 모양으로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도가 심하면 분리막을 뚫어 양극과 음극 간 단락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높은 에너지밀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기차에 리튬메탈 배터리를 탑재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덴드라이트를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 기술들을 적용하고 있다"며 "드론은 충·방전 횟수가 적고 인명 피해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리튬메탈 배터리를 가장 먼저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유뱃은 특히 미국 방산 시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방산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를 배제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미 국방부에 무기를 공급하는 방산 기업과 배터리 공급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극 장비 기업 에넥스 M&A…건식전극에도 도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일환으로 유뱃은 최근 대구에 있는 소규모 배터리 장비 기업인 에넥스(ENNEX)를 인수합병(M&A)했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갖추기 위해 장비 기업을 인수했다"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넥스의 인력은 유뱃의 공정사업부로 흡수될 예정이다. 공정사업부는 미국 방산기업이 요구하는 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극 장비도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유뱃은 건식 전극 공정 개발 분야에서 에넥스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균일후막전극 기술을 건식 전극에도 적용하면 성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뱃은 2016년 이창규 대표와 이상영 연세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당시 UNIST 교수)가 함께 창업했다. 이 대표는 KAIST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테크노MBA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화학공학과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화학에서 12년간 배터리를 연구한 뒤 학계로 옮겼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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