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박 ‘Mare Regula(바다의 규율)’ 2025 제주 해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공동체적 감각을 돌아보는 ‘제주 해녀: 사라져 가는 세계’ 전시회가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02-1 ‘29맨션’에서 열린다. 기획자이자 디자이너인 셀린 박(C?line Park)은 올여름 4명의 작가를 공개 공모를 통해 선발해 제주로 향했다. 그들은 해녀들과 함께 밥을 먹고, 불턱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도구와 규율, 몸의 기억 속에 남은 시간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2주간의 현장 체류와 공동생활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들의 시선은 바다의 표면보다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제주 해녀: 사라져 가는 세계’ 기획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아티스트 셀린 박. 셀린 박은 해녀들과 보름간의 동고동락 기간을 거치며 해녀 공동체 속에 외부에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 위계질서 및 규율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해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제주 해녀처럼 사회에서 거리를 갖고 유지된 그룹의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기억에서 기억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유산을 시각화해, 잊히거나 전해지지 못할 기억을 새로운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해녀 공동체의 문화는 그들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그 속에는 미묘한 규칙, 위계, 권위, 그리고 공동체적 규율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녀의 규율의 강도가 심했나 해녀 수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이러한 전통적 위계 또한 사라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바다의 규율을 의미하는 ‘Mare Regula’를 선보인다.
문수혁 ‘생태 복원 부표(Restoration buoy: EOS)’ 2025
손지민 ‘JEJU HAENYEO BARBIE’ 2025 김이화는 전시에서 기후 변화 속에서 떠돌며 살아가는 ‘노마드 해녀’의 생존을, 문수혁은 전통이 자본의 언어로 소비되는 현실을, 손지민은 해녀의 노동을 여성성과 돌봄의 경계에서, 최미진은 구술과 관계를 통해 전승되는 지식의 방식을 탐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0년 셀린 박이 설립한 스페큘러티브 디자인 서울(Speculative Design Seoul)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SDS는 예술과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선호할 만한 미래(preferable future)’를 상상하는 실험적 시도를 지속해왔다. 셀린박은 뉴욕 프랫 미술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영국 왕립미술대학에서 디자인 인터렉션 석사를 전공했다. 그의 작업은 디진(Dezeen), 프레임(Frame), 코디자인(Co.Design) 등 전문 잡지와 방송을 통해 이목을 끈 후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를 통해 일반에게 소개됐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스페큘러티브 디자인(Speculative Design) 을 가르치고 있다. 스페큘러티브 디자인이라는 개념적 디자인 접근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고 확산시켜 온 선구자로,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문화적 상상력을 확장하고 인간과 공동체, 그리고 미래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역사와 미래,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디자인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과 감각을 시각화하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제주 해녀: 사라져 가는 세계’ 포스터. 이번 ‘제주 해녀: 사라져 가는 세계’ 전시는 해녀를 관광의 상징으로 소비하는 시선을 거부하고, 그들의 몸, 도구, 규율, 침묵, 생태, 그리고 욕망의 얽힘을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공동체적 감각을 다시 묻는다. 스페큘러티브 디자인 서울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메세나협회, 농협은행 제주본부의 2025년도 메세나매칭 사업의 일환으로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서울 전시에 이어 28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는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906-14 제주저지문화지구에서도 열린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