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 NDC, 50~60%안 제시…산업계 "기술·시장 여건 안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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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35 NDC, 50~60%안 제시…산업계 "기술·시장 여건 안맞는다"

정부가 2035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0~6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하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미 정부가 '50%로 마지노선을 정했다'는 기조를 예상했지만,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 느껴지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세부 산업별 감축 분담 구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를 열고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감축 범위를 제시했다. 정부는 다음 주 국무회의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2035년 신차 9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채워야하는 목표보다 속도를 다소 늦춘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전동화 전환 목표의 곡선이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를 무공해차로 포함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035년 신차의 7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업계가 제안한 2035년 신차 판매 55~65% 수준(누적 보급 550만~650만대)보다 공격적인 수치다.


완성차 업계는 2035년뿐만 아니라 당장 2030년 목표치인 누적 450만대 달성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정부는 향후 5년간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보조금 예산이나 시장 여건을 보면 2030년 목표조차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안에는 수송부문뿐만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항공, 건설 등 다양한 산업부문의 탄소 감축 목표도 포함됐다. 철강 업계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최소 15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계획이 제시됐다.


하지만 업계는 기술 상용화 시점과 맞지 않는 목표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는 시점은 2037년 전후로 예상된다"며 "그 이전에는 공정 전환만으로 48%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인위적인 생산 감축 외에는 방법이 없고, 이는 경쟁력 약화와 수출·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 2개 사의 배출권 추가 수요는 2026~2030년 5141만t에 달한다. 배출권 단가를 1만원으로 가정해도 5142억원, 5만원 수준으로 오를 경우 2조5710억원의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거래제 강화와 감축 목표 상향이 맞물리면 국내 철강사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항공업계는 이미 국제 기준에 따른 탄소 감축 의무가 적용되고 있어, 이번 NDC 목표가 제조업만큼의 직접적인 충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확대 등으로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은 이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감축제도(CORSIA) 적용을 받고 있다"며 "제조업처럼 갑작스러운 규제 확대는 아니지만, SAF 사용이 늘어나면서 연료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석유화학 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석유화학은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 중 하나로, 공정 특성상 감축 수단이 제한적이다. 원료 전환이나 생산공정 효율 개선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기술 개발 속도와 감축 요구 간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좋지 않아 구조 재편 압박이 큰 상황에서, 배출량이 많은 업종에 추가 감축까지 요구하면 버티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일부 기업이 파일럿 규모로 시범 운영 중이지만, 전량 대체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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