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한계를 뛰어 넘다. 지난 1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 6차전.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일본인 우완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쏠렸다.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 5피안타 1실점(1자책)을 기록, 3-1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 수는 96개였다. 앞서 2차전에선 9이닝 1실점(1자책)으로 완투승(5-1)을 따내기도 했다. 사실상 모든 임무를 마친 듯했다. 그럼에도 야마모토는 말했다. “7차전에 등판하라고 하면 기꺼이 할 것이다. ”
현실이 됐다. 2일 진행된 7차전. 가장 중요한 순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또 한 번 야마모토 카드를 꺼내 들었다. 9회 초 미겔 로하스의 한 방으로 4-4 동점이 된 상황. 하지만 9회 말 곧바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야마모토가 출격했다. 첫 타자 알레한드로 커크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지만, 바쇼에게 2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3루 주자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를 홈에서 잡아냈다. 이후 클레멘트까지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끝이 아니다. 연장 돌입 후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그 사이 타선도 응답했다. 11회 초 안방마님 윌 스미스가 솔로 홈런을 터트린 것. 경기를, 나아가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쉽진 않았다. 11회 말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2루타를 맞았다. 카이너-팔레파의 희생번트, 애디슨 바저의 볼넷까지 더해 만들어진 1사 1,3루. 침착하게 커크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WS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제야 야마모토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진=AP/뉴시스 야마모토는 2024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12년 3억25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게릿 콜(3억 2400만 달러)을 뛰어넘는 투수 최고액이었다. 일각에선 오버페이를 의심하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큰 경기서, 보란 듯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번 WS 3경기(2선발)서 17⅔이닝 3승 평균자책점 1.02를 마크했다.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2년 연속 왕좌에 올랐다. 뉴욕 양키스(1998~2000년) 이후 25년 만에 탄생한 2년 연속 우승 팀이 됐다.
WS 최우수선수(MVP)도 당연히 야마모토의 차지였다. MLB닷컴은 “지칠 줄 모르는 야마모토가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아시아 선수가 WS MVP에 오른 것은 2009년 마쓰이 히데키(당시 양키스)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아시아 투수로는 처음이다. 24년 만에 랜디 존슨을 소환하기도 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었던 존슨은 WS 3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1.04를 올리며 우승을 빚은 바 있다. 김병현도 마무리로 뛰며 우승 반지를 수확했다.
한편, 김혜성(다저스)도 이날 WS 데뷔전을 치렀다. 11회 말 2루수 대수비로 투입됐다. 김혜성은 그간 WS 로스터에 포함되고도 벤치만 지켜야 했다. 김병현, 박찬호, 류현진, 최지만에 뒤를 이어 WS 무대를 밟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동시에 김병현(2001년 애리조나, 2004년 보스턴) 이후 21년 만에 WS 우승 반지를 낀 두 번째 한국인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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