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이글스 제공 “독기 품고 기다리고 있었죠.” 한화는 지난겨울 내야수 심우준과 손을 잡았다. 4년 50억원에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공격보단 수비와 주력 쪽에 강점이 있는 자원이다. 일각에선 오버페이가 아니냐는 날선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한화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심우준이 유격수 자리를 든든하게 메워준다면 센터라인이 한층 탄탄해질 거라 판단했다. 실제로 수비서 눈에 띄는 성장이 엿보인다. 팀 실책만 하더라도 86개로, 리그서 가장 적었다. 지난해 105개(5위)서 20개 가까이 줄었다.
다만, 공격력에 붙은 물음표는 떼어내지 못했다. 정규리그 94경기서 타율 0.231(247타수 57안타) 2홈런 등에 그쳤다. 5월 중순 무릎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넘게 전력에서 이탈, 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큰 경기에서도 존재감이 미비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5경기서 타율 0.077에 머물렀다. LG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선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2차전까지 선발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터. 심지어 심우준은 한화 타자들 중에서 몇 안 되는 KS 경험자다. KT 소속이었던 2021년 두산과의 KS 4경기에 나서 타율 0.400을 마크했다. 그럼에도 하주석, 이도윤 등 동료들이 유격수로 나서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심우준은 “큰 경기에선 컨디션 좋은 선수가 나가는 것이 맞다”면서 “사실 KS 1차전부터 뛰고 싶었는데 나가지 못했다. 독기를 품고 있었다. 선발 라인업에 없더라도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찾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기회가 왔다. KS 3차전이었다. 1-2로 쫓아가던 7회 말. 1사 1루서 대주자로 기용됐다. 적극적으로 임했다. 최재훈의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태그 아웃됐다. 좌절하지 않았다. “스타트는 좋았는데, (상대 포수) 박동원 선배의 송구가 너무 좋았다”고 인정했다. 대신,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8회 말 3-3 1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섰다. 심우준은 상대 마무리 유영찬의 직구를 공략, 2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그간의 갈증을 쏟아내듯 격하게 포효했다.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다. 현재 중심타자들의 타격감이 꽤 괜찮은 가운데, 심우준까지 제 궤도를 찾는다면 한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조급해하진 않는다. 홈구장에 팬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심우준은 “스타팅으로 나가면 수비에, 뒤에 나간다면 대주자·대수비에 집중하겠다.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겠다. 선수들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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