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약 7조원대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관광·숙박 소비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와 산업 교류 확대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총 경제효과는 7조4000억원, 고용 창출효과는 2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행사 준비와 운영, 숙박·교통·관광 소비, 이후 투자로 이어지는 효과를 모두 합친 규모다. 이번 경주 APEC은 '산업외교'의 실험장으로, 우리 기업들에는 글로벌 공급망 협력과 투자 기회 확대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직접 지출 효과다. 행사장 조성과 숙박시설 확충, 교통·보안·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3조원 안팎에 이른다. 특히 경주보문단지 일대 5성급 호텔과 리조트는 이미 만실 상태이고, 인근 포항·울산 숙박시설까지 예약이 조기 마감됐다. 행사 기간 나흘 동안만 지역 숙박·운송업계가 올리는 매출이 평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방문객 소비와 관광 연계 효과도 크다. 회원국 정상단과 기업 대표단 등 머물며 하루 평균 1인당 약 100만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식음료, 문화·관광 소비를 합치면 5000억~6000억원 규모의 간접 소비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APEC 회의 때 현지 숙박·교통·식음업 매출이 1조원에 육박했던 사례가 근거로 거론된다.
행사 이후에 생기는 투자와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상의는 이번 APEC 기간 해외 투자설명회(IR)와 스타트업 피칭 등 20여 개 비즈니스 세션을 운영한다. 이 자리에서 삼성, SK, 포스코, 한화, HD현대 등이 AI·에너지·반도체 분야의 협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회의 이후 투자나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만 따져도 6000억원 안팎의 실질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본다. 산업연구원도 "외국인 투자 유입액의 0.5%만 실제 집행돼도 국내총생산(GDP)이 약 0.02%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와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 기간 추진되는 업무협약(MOU)과 공동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의 해외법인 투자나 기술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APEC 회의 이후 참여국 간 MOU 체결 건수가 평균 35%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민간 중심의 협력 모델이 확산하면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과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로 빼놓을 수 없다. 행사 개최지인 경주를 비롯한 영남권에는 통역·보안·운영 등 행사 관련 고용효과가 약 2만2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행사 이후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체류 수요가 늘면 숙박·식음료·문화서비스 업종에서도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효과는 숫자로만 끝나지 않는다. APEC 개최는 지역 브랜드와 국가 이미지를 동시에 높이는 역할을 한다. 경주는 이미 올해를 기점으로 '국제 컨벤션 도시'로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개최지 지역에는 대규모 국제회의 인프라와 인력 양성 체계가 남을 전망이다. 경상북도는 APEC 이후에도 글로벌 포럼과 기업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상설 지원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며, 대한상의 역시 APEC 기간 중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중심 산업외교 플랫폼을 상시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효과는 산업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다. AI·반도체·에너지 세션을 통해 엔비디아,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기술기업과 국내 대기업 간 협의 채널이 본격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 에너지 전환 투자, AI 데이터센터 연계 논의가 이어지면서 중장기 사업기회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APEC CEO 서밋은 기업과 산업이 실질적 주체로 등장하는 무대로 꼽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내 측 주관을 맡고, 각국 CEO들이 직접 교류하는 세션이 중심을 이룬다. AI·반도체·에너지 등 주요 산업의 비즈니스 라인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나라는 기술과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APEC은 1989년 출범한 세계 최대 지역경제협력체다. 회원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21개국으로, 전체 인구 30억명, 전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한다. 이들의 GDP를 합치면 세계 경제의 62%, 교역량은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1993년 미국 시애틀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급 협의체로 격상된 이후 APEC은 정상회의와 CEO 서밋, 각료회의, 실무포럼 등 200여개의 공식 행사를 병행해왔다. 보통 한 나라에서 개최될 때마다 회원국 정상과 각국 장·차관, 글로벌 기업 CEO 등 60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이동·숙박·행사 운영 등 직접 지출 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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