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요원한 석유화학..현금 확보해 '버티기 모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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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요원한 석유화학..현금 확보해 '버티기 모드' 돌입

LG화학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으로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로 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조정 대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핵심인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범용 설비 재편은 지지부진하고 현금 확보를 위한 비핵심 자산 매각과 부분 감산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1일 공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약 2조원이다. 앞서 지난 6월엔 글로벌 2위 규모의 워터솔루션(수처리필터) 사업을 1조4000억원에 매각했으며 8월에는 생명과학 에스테틱(필러·스킨부스터) 사업부를 2000억원에 처분했다. 두 사업의 전사 매출 비중은 1%에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지만 최근 3개월새 확보한 현금은 4조원 수준에 육박한다.


반면 핵심인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구조조정보다는 운영 효율화에 그쳤다. 여수 SM 라인과 나주 알코올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했고, GS칼텍스와의 NCC 통합 검토설이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9월 말까지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LG화학은 2023년부터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하며 쿠웨이트 PIC, 국내 정유·화학사와 협의를 벌였으나 가격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 PIC가 중국 NCC 업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장 평가와의 간극이 더 부각됐다.


버티기 행보는 이 기간 차입 증가와 관련이 있다. LG화학의 순차입금은 최근 1년 새 약 8조원 늘었다. 순차입비율도 35.6%에서 52.5%로 치솟았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역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석유화학 부문은 여전히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며, 단기 개선은 LG에너지솔루션 실적에 의존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대형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수처리필터 사업을 9000억원대에 매각하는 등 '애셋 라이트' 기조를 내세우며 비핵심 현금화에 나섰다. 동시에 대산 NCC 부문을 HD현대오일뱅크와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규모가 제한적이고 속도도 더디다.


한화솔루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여천 NCC 증자에 참여하며 일단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여천NCC는 최근 가동률 저하로 3공장 운영을 중단했는데, 설비를 멈추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면에서도 투자를 이어간 것은 시장 점유율 방어 목적이 크다. 여천NCC는 향후 수요 회복 시 3공장 재가동도 열어둔 상태라고 알렸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방안의 일환으로 NCC 설비 25%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나, 업계는 대규모 합종연횡이나 설비 매각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이 핵심 자산 개편보다는 비핵심 매각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며 "중국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한 '눈치보기'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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