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입장료만 2억 더”…신규 세입자 울린 ‘6·27 대책 후폭풍’

글자 크기
“전세 입장료만 2억 더”…신규 세입자 울린 ‘6·27 대책 후폭풍’
신규 전세 계약 두 달 새 30% 급감…갱신요구권 계약은 83% 폭증
서울 한강변 아파트 밀집 지역. 신규 전세계약 건수가 30% 급감하며 ‘전세 절벽’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뉴스1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이 얼어붙었다. 새로 집을 구하는 전세계약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어 ‘전세 절벽’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2025년 7~8월 전국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 건수는 5만53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7만7508건)보다 28.6% 감소한 수치다.

전세 시장 전체 규모도 줄었다. 7~8월 전국 아파트 전세계약(신규+갱신)은 총 8만9220건으로, 전년 동기(10만4869건)보다 15% 줄었다. 2023년 동기(11만4361건)와 비교하면 22% 감소다.

다만 세입자들의 선택은 엇갈렸다. 신규 계약은 크게 줄었지만, 기존 거주지를 지키려는 갱신 계약은 오히려 늘었다. 갱신 계약은 3만3852건으로 전년보다 23.7% 증가했으며, 이 중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계약은 1만7477건으로 무려 83.2% 폭증했다. 전세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임차인들이 법적 권리를 활용해 눌러앉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반대로 새로 진입하려는 수요는 막혔다. 신규 계약 건수는 전국적으로 28.6% 급감했고, 수도권의 감소세가 특히 심각했다. 경기도는 33.4%(2만6495건→1만7644건), 서울은 30.4%(1만7396건→1만2108건) 줄었다.

신규 세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전세 입장료’도 커졌다. 같은 단지·같은 평형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을 비교한 결과, 신규 계약 전세금은 갱신 계약보다 평균 7.9% 높았다. 불과 1년 전(1.7%)과 비교하면 4배 이상 격차가 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다. 전용 59㎡대의 7~8월 갱신 계약은 평균 9억7167만원에 체결됐으나, 신규 계약은 이보다 2억4000만원 비싼 12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신규 세입자가 25%의 추가 부담을 안은 셈이다.

강북권도 비슷하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는 갱신 계약이 평균 6억2742만원이었지만, 신규 계약은 6억9658만원으로 11% 더 비쌌다.

전세 매물 부족은 월세 시장을 키우는 ‘풍선 효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월세 계약은 8만2615건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갱신 계약이 8.7%, 신규 계약이 2.6% 늘어 전세 불안이 월세 전반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토스 이재윤 대표는 “6·27 대책이 갭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여파가 전세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신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심각해졌다”며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 격차가 커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이중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별도의 전세 공급 안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불안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