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제조사의 보증 기한이 지난 ESS나 무정전전원장치(UPS)를 교체할 경우에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이번 화재로 인해 ESS, UPS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최신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거나 제조사 보증 기한이 지난 배터리 시스템의 교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구형 배터리 시스템 교체까지 검토하는 것은 ESS에 대한 우려가 확산할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입찰 시장을 개설해 ESS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까지 약 23기가와트(GW)의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29년까지는 2.29GW 규모의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ESS 설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1차 전기본상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목표는 78GW였다. 그런데 최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2030년까지 설비 용량이 100GW는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ESS 보급 정책을 중단할 경우 결국 국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해 외산 ESS가 우리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국내 ESS 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UPS는 건물 정전 시 일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하는 보조전원 장치로 용도만 다를 뿐 ESS와 구조나 작동방식은 동일하다. 정부는 최근 출시된 ESS와 UPS의 경우 최신 안전 기준을 적용해 화재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에 ESS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는 2023년 4월 한국전기설비 규정, 2023년 7월 전기설비 검사 기준, 2024년 7월 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등 관련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한국전기설비 규정에 따르면 이차전지 총 용량이 600킬로와트시(kWh) 초과 시 다른 전기 설비와 공간을 분리해야 하고 전기저장장치 시설 장소는 내화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배터리 이상 발생 시 자동으로 전기회로로부터 차단하고 모듈과 렉에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소화장치 시설을 두어야 한다.
문제는 안전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설치한 ESS나 UPS다. 기존 설비의 경우에는 1년 또는 2년(1000kWh 이하) 주기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정기 검사에서 최신 안전 기준에 맞지 않는 사항들을 발견하면 시정을 권고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형 배터리 시스템을 최신 안전 기준에 맞도록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이번 국정자원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결함보다는 UPS 이설 시 부주의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거나 비숙련 작업자에 의한 부주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재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ESS나 UPS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UPS 이설에 관한 안전 기준은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에 관한 규칙,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지침에 따른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정전전로에서 전기 작업 시에는 전원을 차단한 후 단로기(전기 회로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폐 장치) 등을 개방하고 확인해야 한다. 전기회로가 끊어진 상태에서 유도 전압 또는 전기 에너지가 축적돼 근로자에게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전자 기기 등은 접촉하기 전에 잔류 전하를 완전히 방전해야 한다. UPS 이설 작업 시에는 먼저 전원을 차단하고 방전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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