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이쯤되면 생태계 교란종으로 부를 만하다. 더 비약하자면, 사무국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KBO리그 10개 구단은 ‘보신주의’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유명한 드라마 대사처럼 “이러다 다 죽어”를 외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주도로 창단한 퓨처스리그 신생구단 울산 웨일즈는 트라이아웃에서 ‘예비 대학생’을 선발해 성토의 대상이 됐다. 대학 팀은 보기에 딱할 정도로 선수난을 겪고 있다. 대다수 고교 야구 선수들은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면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것처럼 여긴지 오래다. 1년짜리 단기 계약 형태인 육성선수로라도 프로 유니폼을 입어야 선수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는 풍토가 뿌리를 내렸다.
이른바 ‘인 서울’ 대학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학교는 선수 수급 자체가 힘겹다. 특히 KBO 드래프트에서 지명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거나 지방 대학은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다. 힘겹게 선수를 선발해도 야구를 그만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학은 학교 홍보를 위해 운동부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만년 꼴찌를 하거나, 프로팀에 선수를 입단시키지 못하는 학교는 거의 매년 존폐위기에 빠진다.
1군 입성 기약이 없는 KBO 퓨처스리그 신생구단에 공들여 영입한 ‘가능성 있는 선수님’을 빼앗긴 대학들이 성토를 쏟아낼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가뜩이나 프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즉시전력감으로 분류된 기대주는 10개구단이 육성선수라는 이름으로 싹쓸이 한다. 프로 팀이 눈여겨볼 만한 선수 씨가 말랐다.
울산 시민구단은 창단 과정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트레이드나 2차드래프트를 제외하면 1군에 입성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는 십수 년전 화제속에 창단했다가 사라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떠올리게 한다. 훈련이나 원정팀 숙소 등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않아 ‘선거용 창단’이라는 비판도 있다. 적지 않은 운영비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 아니냐는 울산 시민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2군이지만, 리그 확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래도 프로-아마간 신사협정, 더 구체적으로는 아마야구 생태계는 지켜주는 게 프로의 미덕이다. KBO 사무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10개구단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 특히 선수 출신 단장들은 더더욱 프로-아마 상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마땅하다. ‘선출’들이 숫자나 치적에 눈 먼 행정가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해 지켜내야 하는 건 건강하고 다양한 젖줄이다.
KBO 육성팀이 고교 야구 선수들을 미국 사설 아카데미에 한 달씩 파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성장 중인 선수에게 ‘선진야구’를 보여주는 건 시각에 따라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도 일명 ‘미국 일타 강사’들에게 배웠다가 부상이나 밸런스 붕괴로 고전한다.
신체나 기술, 야구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어린 선수는 ‘이렇게 하면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어’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쉽게 넘어간다. 가능성 있는 선수가 좋은 밸런스를 잃거나,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는 리스크를 KBO가 앞장서서 떠안을 필요가 있나 싶다.
리그 확장, 물론 필요하고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사무국에서 할 일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요소요소에 감시와 대안, 효율성 등을 제시하는 건 리그 구성원인 10개구단의 몫이다. KBO 총재나 구단 사장이나 똑 같은 1표다. KBO와 10개구단은 권리를 동등하게 갖고 있다는 의미다. 권리에는 책임이 수반되는데, 이들의 책임은 ‘KBO리그의 영속성을 지키는 것’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