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육성에 많은 행정력과 자금지원을 쏟아붇고 있는 충남 천안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전자 박람회인 ‘CES 2026’에 지역 스타트업을 파견해 큰 투자·구매 성과를 이끌어냈다.
천안시는 AI·스마트제조·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유망기업 10개사가 참가해 6427만 달러(한화 942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이끌어냈다고 14일 밝혔다.
천안시와 유망 스타트업 10개사가 CES 2026(미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안시 제공 CES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전시회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올해 전시회에는 글로벌 대기업들과 스타트업 등 41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했다. 천안시는 창업진흥원과 협력해 ‘K-STARTUP 통합관’을 운영, 참가 기업들의 현지 전시·상담·IR 등을 지원했다. 시 발표에 따르면 현장에서 성사된 협약 규모는 6427만 달러(약 942억 원)에 달한다.
이번 CES 2026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기업은 정밀발효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K-소주 모델’을 선보인 슬로커였다. 우리 쌀을 주원료로 하는 전통 주류 제조사가 세계 최대 IT·기술 전시회에 참가한 점이 이목을 끌면서, 현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정통 소주 제조회사가 왜 전자·AI중심 기술박람회인 CES에 나왔느냐”는 호기심 어린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슬로커가 공개한 기술은 단순한 주류 전시를 넘어선 발효 로봇 기반 테크 솔루션이었다. 슬로커는 발효 전 공정을 데이터화하고,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해 발효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품질 균일성 확보는 물론, 국가·기후·원료 차이에 관계없이 동일한 맛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슬로커가 CES 2026 현장에서 글로벌 VC 유사코그룹(Usako Group)과 구매계약을 포함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천안시 제공 현지 투자자와 글로벌 바이어들은 “발효를 하나의 제조 기술이 아닌 플랫폼 산업으로 끌어올렸다”며 기술적 완성도에 놀라움을 나타냈고, 일부 관람객들은 “전통 식문화와 첨단 기술이 가장 인상적으로 결합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K-푸드와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K-소주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 모델이라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반응 속에 슬로커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유사코그룹(Usako Group)과 구매계약을 포함한 총 3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이번 CES 참가 기업 가운데 가장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슬로커는 이번 협약을 발판으로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 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소금광산은 유럽 기업들과 4건의 투자 협력을 이끌어내며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리나솔루션은 음향방출(AE) 센서와 AI를 결합해 산업 설비·구조물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선보여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가우스랩은 북미 에너지 파트너사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연계 협약을 체결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소금광산이 CES 2026 현장에서 Wink Suite와 구매계약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천안시 제공 CES 현장에서는 C-STAR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대외적인 기술력 인정도 이어졌다.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기업 위로보틱스는 CES 2026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했다. 파워오토로보틱스는 AI 제조 무인화 로봇 솔루션을 선보였고, 참가기업 에이센텍과 파워오토로보틱스는 현장에서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업 간 연대 성과도 나왔다. 이밖에 플럭스, 디엔지니어, 시너지션, 아나볼라이프 등도 부스를 운영하며 해외 바이어·투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이번 CES 성과는 천안시가 추진해 온 ‘창업도시’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천안시는 시 자체 발표 기준으로 2022년부터 4년간 스타트업 404개사를 발굴·지원했고, 투자유치 1173억 5800만원, 고용창출 1030여 명, TIPS 선정 72건, AC·VC 14개사 유치 등의 성과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C-STAR Awards, 인사이트 투어 등으로 투자·대기업·지원기관이 만나는 협력 플랫폼도 확장해 왔다.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 부시장은 “이번 성과는 지역 스타트업의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앞으로도 해외 투자 유치와 기술 교류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