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아요’ 눌렀을 뿐인데”…5000원 두쫀쿠, 뜻밖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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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아요’ 눌렀을 뿐인데”…5000원 두쫀쿠, 뜻밖의 후폭풍
SNS 인증샷에서 원재료 시장까지…두쫀쿠 열풍의 계산서
한동안 조용하던 동네 제과점과 카페 매대에 비슷한 이름의 메뉴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두바이쫀득쿠키’, 줄여서 ‘두쫀쿠’다. 처음엔 이름부터 낯설었다. 요즘은 매대를 훑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두바이쫀득쿠키 열풍으로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디저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원재료 품절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계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사진 한 장이 돌았고,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개인 카페에서 시작된 디저트는 프랜차이즈와 팝업스토어로 옮겨 붙었다. 유행이라는 말이 붙기도 전에 이미 매대가 바뀌었다. 변화는 가장 먼저 원재료에서 감지됐다. 그중에서도 피스타치오였다.

◆디저트 하나에 출렁인 피스타치오 값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피스타치오 가격은 연초 대비 약 20% 올랐다.

업계에선 “계절 탓만 하긴 어렵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미 환율 부담이 얹힌 상태에서, 디저트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 가격은 그다음이었다.

껍질을 제거한 피스타치오 400g 기준 소비자가는 1~2년 전과 비교해 차이가 확연하다. 국제 시세도 지난해보다 높은 구간에서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매대에는 ‘품절’ 안내문이 붙는 경우가 잦다. 두쫀쿠를 직접 만들어 보려는 소비자들이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까지 찾기 시작한 영향이다.

◆두바이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굳어진 레시피

두쫀쿠의 출발점으로는 지난해 화제가 됐던 ‘두바이 초콜릿’이 자주 거론된다. 중동식 면 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조합한 디저트다.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섞은 속을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싸는 방식이 기본이다.

늘어지는 식감과 고소한 맛, 중간중간 씹히는 질감이 특징으로 꼽힌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점도 확산에 불을 붙였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메뉴판에 올리기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확산의 계기로 자주 언급되는 장면도 있다. 지난해 가을, 한 유명 걸그룹 멤버가 SNS에 올린 게시물이다. 특정 매장의 레시피로 알려졌던 두쫀쿠는 이후 빠르게 복제되고 변형되며 퍼져 나갔다.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 직후 품절이 반복됐고,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곳도 늘었다. 찹쌀떡 크기 정도의 제품이 개당 5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을 넘지만, 가격이 수요를 꺾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집계에서도 흐름은 확인된다. 이달 초 기준 두쫀쿠 포장 주문 건수는 한 달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검색량도 짧은 기간에 급증했다. 최근 플랫폼 개편으로 ‘근처 포장 매장 찾기’ 기능이 강화된 점을 함께 언급하는 업계 관계자도 있다.

흥미로운 장면도 이어지고 있다. 디저트 전문점이 아닌 냉면집, 순댓국집, 닭발집에서 두쫀쿠를 ‘미끼 상품’처럼 내놓는 사례가 등장했다. 유명 셰프의 SNS를 통해 가구 매장 라운지 판매 소식이 공유되기도 했다. 업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왕 두쫀쿠’가 보여준 과열의 풍경

최근에는 1개당 수십만 원에 달하는 ‘대왕 두쫀쿠’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인 제품으로, 일반 두쫀쿠 100개가 넘는 분량을 한 덩어리로 만든 형태다. 정가 기준 수십만 원이지만, 행사 기간에는 비교적 빠르게 소진됐다.

두바이쫀득쿠키 재고 여부를 공유하는 이른바 ‘두쫀쿠맵’. SNS 캡처 이 현상을 단순한 디저트 유행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시선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SNS 확산 속도, 자영업자들의 빠른 대응, 배달 플랫폼 환경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단기 유행이 원재료 가격을 자극하고, 그 부담이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쫀득한 식감에서 시작된 변화는 매대에서 끝나지 않았다. 계산대 앞 숫자가 먼저 달라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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