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끼워팔기 의혹을 받고 있는 쿠팡이 시장지배적사업자에 오를지 여부가 처음으로 심판대에 오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 시장지배적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했다는 판단을 내리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영업정지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1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쿠팡이 배달앱을 끼워팔기 했다는 의혹을 전원회의에서 심의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쿠팡에 보내 의견 제출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차고지 모습. 뉴시스 쿠팡은 와우멤버십 이용자에게 배달앱인 쿠팡이츠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다. 와우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혜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끼워팔기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공정위가 작성한 심사보고서에는 쿠팡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5조 1항에 규정된 시장지배적사업자라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온라인쇼핑으로 확보한 영향력을 배달앱 시장으로 전이시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약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공정위는 아직까지 쿠팡이 시장지배적사업자라는 공식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 공정위가 작성한 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면 위원회 차원의 결론이 된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보려면 일정 거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쿠팡을 포함한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은 약 259조원인데, 그해 쿠팡의 매출액은 약 36조원으로 점유율이 13.9%에 그쳤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그러나 주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쿠팡 청문회에서 쿠팡 점유율에 대해 “확인한 바로는 39% 정도”라고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세 사업자의 점유율이 85% 정도 된다”며 “시장지배적사업자 비중은 점유율만 보면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하면 공정위가 관련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일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가 매출액의 4%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것에 비해 제재 수위가 강화된다.
공정위는 쿠팡의 배달앱 끼워팔기 의혹 외에도 입점업체에 각종 혜택을 경쟁업체와 같거나 더 낮게 하는 이른바 ‘최혜 대우’를 강요한 혐의, 와우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부풀려서 광고한 혐의 등을 다루고 있다. 쿠팡이츠는 할인 쿠폰 행사 상품에도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약관을 시정하라는 공정위의 권고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 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영업정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 규모나 피해 구제 방법 등에 따라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는데 “명령을 시행하지 않거나 그 명령을 통해 소비자 피해 구제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처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것인지를 두고는 “매년 동일인 지정을 점검하는데, 이번에 김범석과 김범석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지를 면밀하게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