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초기에 전방위적으로 당했던 멕시코가 최근 대미 관계에서는 오히려 경제적 실리를 거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며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통 좌파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시장의 현실과 데이터 기반 정책을 중시하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국내 정치용 '대미 맞대응'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의 관심 사항을 충족시키면서 대미 협상에 적극 나섰다. 마약과 불법 이민 단속을 위한 국경 지역에 군대를 대거 파견하고 멕시코를 통한 중국산 우회수출 차단에 나섰다.
현재 멕시코 총수출의 80%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미국의 1위 수입국인 멕시코는 미국 경제와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과 같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가 폐지된다면 멕시코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명백하다. 좌파 정치인이지만 실용 외교 명분을 내걸고 셰인바움 대통령이 앞장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자동차·기계 부품·철강 등 전략산업 1463개 품목에 대해 최고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일자리 보호와 수입 대체가 공식적인 배경이지만 실은 중국에서 수입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공약한 아시아 수입 의존도 축소 정책 이면에는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이 요구해 온 중국산 우회수출 근절 의지가 담겨 있다.
멕시코는 USMCA 전신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을 계기로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해 비즈니스 환경 개선에 노력했다. 또 '산업별 진흥 프로그램(PROSEC)'과 '마킬라도라'(원자재·부품을 무관세로 수입해 만든 완제품을 수출하는 일종의 보세구역) 등의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로 인해 멕시코 경제성장은 지속됐으나 수입에 의존한 제조업 공급망의 취약성은 만성병으로 굳어졌다. 2024년 10월 취임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플랜 멕시코(Plan Mexico)'를 통해 아시아(중국)로부터의 수입 의존을 줄이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과 '메이드 인 멕시코(Hecho en Mexico)' 브랜드를 강화해 현재 세계 12위에서 10위권 경제국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작년 중반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대해 USMCA 원산지 기준 요건을 충족하는 상품에 대해 무관세 조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멕시코 대미 수출의 85%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멕시코는 트럼프 관세 폭탄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대미 수출에서 관세 부담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이로 인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2025년 멕시코의 대미 제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 증가했다.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 수출은 감소했으나 다른 제조업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USMCA 재협상, 긴급국제경제권한법(IEEPA)에 대한 연방 대법원 판결, 11월 미 중간선거, 추가 관세 위협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멕시코의 지리적 강점과 USMCA의 가치를 오히려 부각하며 멕시코를 대미 공급망의 핵심 수혜국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5월 방한했던 멕시코의 루이스 구티에레스 경제부 통상차관은 탈중국 정책을 설명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멕시코 투자로 중국 공백을 메워줄 것을 요청했다. 대미 수출 기지로서의 멕시코의 장점이 인정되지만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관세 인상은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통상당국은 멕시코와의 협의를 통해 관세 예외 조치를 받아내고, 현지에서 조업 중인 많은 국내 중소기업 및 신규 현지 투자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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