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기술패권 축소판 CES…中 물량공세·美 담론주도, '실익' 챙긴 K-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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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기술패권 축소판 CES…中 물량공세·美 담론주도, '실익' 챙긴 K-테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흘간의 여정을 마치고 9일(현지시간) 폐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은 단순한 신기술 경연장을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구도가 전면 충돌하는 '기술 정치의 축소판'이었다.


올해 CES는 대형 기업들의 참여 방식 변화로 일각에서 외형 축소와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정작 뚜껑을 열자 전 세계 산업계 리더들이 총집결하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다. 전시장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인 하드웨어 물량 공세로 기선을 제압했다면, 기조연설에서는 미국이 주도권을 가진 소프트웨어 담론이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하며 기술 주권을 둘러싼 양국의 치열한 수 싸움을 증명했다.


특히 올해 전시에서는 그간 미국 빅테크들이 독점해온 기술 담론의 주도권마저 중국계 기업이 분점하는 듯한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6일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거대 구형 공연장 스피어(Sphere)에서 열린 레노버(Lenovo)의 기조연설 무대가 그 정점이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이 주재한 이 무대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립부 탄 인텔 CEO 등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는 거물들이 패널로 줄줄이 등판했다. 미국을 상징하는 반도체 거물들이 중국 하드웨어 기업이 짠 판 위에서 조력자로 나선 이례적인 광경은, 글로벌 기술 패권의 무게중심이 설계와 담론을 넘어 누가 더 많은 기기에 인공지능(AI)을 실제로 태워 보내느냐는 '실행력'의 싸움으로 옮겨가는 변곡점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날 젠슨 황 CEO는 레노버와 손잡고 제조 현장 전체를 지능화하는 'AI 기가팩토리' 비전을 공유했으며, 리사 수 CEO는 레노버의 인프라를 통해 기업들이 AI 도입 효과를 즉각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빅테크들이 거대한 양산 공급망을 쥔 중국 플랫폼과의 결합 없이는 AI 대중화를 완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TV부터 로봇까지'…전시장 핵심 장악한 中 물량 공세

중국은 이번 CES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942개 기업이 참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심장부인 센트럴홀과 노스홀은 사실상 중국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삼성전자가 20년 넘게 고수해온 핵심 요지 인근에는 TCL이 역대 최대 규모인 3368㎡의 전시관을 꾸렸고, 하이센스가 그 주변을 채우며 텔레비전과 가전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세 확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노스홀도 사실상 중국 로봇 기업들의 무대였다. 유니트리는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전면에 내세웠고, 다수의 중국 강소기업들이 권투·마라톤 로봇 등 즉시 상용화 가능한 피지컬 AI 제품을 쏟아냈다. 이는 개념 시연에 그치지 않고 수직 계열화된 공급망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중국 특유의 인해전술로 풀이된다.


美, AI 담론 주도로 게임의 법칙 설정…글로벌 빅샷 집결

중국이 양적 공세에 집중했다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물리적 전시 규모보다 기조연설과 메인이벤트를 통해 AI 기술의 철학과 생태계 표준을 정의하며 담론의 주도권을 지키는 데 주력했다.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선 리사 수 CEO는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를 아우르는 전방위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하며 테크 산업의 나침반 역할을 자처했다. 젠슨 황 CEO 역시 직접 등판해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AI 플랫폼 전략을 재확인했으며, 독일의 지멘스는 롤란드 부쉬 회장이 직접 등판해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를 자사 제조 공정에 이식한 '디지털 트윈'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유럽의 제조 숙련도와 미국의 AI 기술을 결합해 산업용 AI의 새로운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중 경쟁 속 실익 챙긴 韓…'K-테크' 열기에 코스피 4600 돌파

이처럼 미·중이 기술 주도권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의 재계 리더들도 기민하게 움직이며 실익 확보에 주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양산 공정에 투입하는 로드맵을 공개하고, 구글 딥마인드와 제미나이 로보틱스 협력을 발표하며 자율주행과 로봇 동맹을 공고히 했다. 가전 분야에서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130형 마이크로 RGB TV와 온디바이스 AI를 앞세워 일상의 동반자 비전을 제시했고,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사용자의 맥락을 읽고 스스로 행동하는 공감지능 기반의 홈로봇 클로이드를 선보이며 초격차 기술력을 과시했다. 박지원 두산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글로벌 고객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하며 AI 인프라 시장 선점에 공을 들였다.


현장의 열기는 국내 금융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CES 기간 중 전해진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파트너십과 기술력 입증 소식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600선을 돌파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하며 'CES 랠리'를 실감케 했다. 현지에서 만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핵심 실행 파트너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고 총평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박소연, 박준이, 전영주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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