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실험대이자 모의고사, 홍명보호는 1승1무로 9월 A매치 2연전을 마쳤다. 공격에서 희망을 보긴 했으나, 부상자 속출로 흔들린 중원과 수비에서 보인 허점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숙제로 남았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세계 무대에선 심판이 마지막 휘슬을 불 때까지 집중해야 하는데, 마지막에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준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공격 ‘탄력’
원톱 자리를 두고 헤매던 대표팀이 답을 찾아간다. 미국전에선 손흥민(LAFC)이, 멕시코전엔 오현규(헹크)가 나섰다. 이날 오현규는 약 86분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후반 30분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PSG)의 패스를 받아 침투한 뒤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왼발로 강력한 슈팅을 때려 골망을 갈랐다. 저돌적인 돌파와 자신감 있는 슈팅으로 경쟁력을 발휘했다.
이강인의 센스도 빛났다. 패스로 흐름을 바꾸는 ‘믿을맨’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정확한 스루패스로 오현규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앞선 전반 20분에도 뒷공간을 찌르는 절묘한 아웃프런트 패스로 오현규의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골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이강인의 센스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현규.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허리 ‘욱씬’ 연결고리 매듭이 헐거웠다. 중원에서 안정감을 잡아주던 황인범(페예노르트), 이재성(마인츠)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날 중원은 박용우(알아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책임졌다. 초반부터 멕시코의 강한 전방 압박에 휘둘렸다.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면서 중원 장악력이 떨어졌다. 전방으로 볼을 뿌려주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고, 볼은 주로 중원을 거치지 않고 측면에서만 돌았다.
가능성은 봤다. 태극마크를 처음 단 카스트로프는 A매치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홍 감독의 기대대로 초반부터 ‘파이터 기질’을 드러냈다. 전반 9분, 전반 20분 상대의 볼을 가로채는 등 수비에 성공하면서 역습의 발판을 만들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전반 45분 동안 패스성공률 88%(21/24), 리커버리 5회, 태클 1회, 볼 경합 승리 3회 등을 기록하면서 희망을 보였다.
옌스 카스트로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수비 ‘삐끗’ 미국전에 이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은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스리백 한 자리는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대신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이 나섰다. 새로 시도하고 있는 스리백 전술의 보완점을 찾겠다는 홍 감독의 뜻이 엿보인 대목이다. 다만 전술 완성도가 떨어졌다. 대인방어와 커버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첫 실점 당시 이한범은 라울 히메네스의 침투를 제대로 견제하지도 못했다. 거친 몸싸움에 밀리며 물러나는 모습도 아쉬웠다.
빌드업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흐름이 끊기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했다. 중원에서 이기지 못한 멕시코의 강한 압박은 수비진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반 28분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공격권을 빼앗겼다. 순식간에 김승규가 공격수 3명에 둘러싸이기도 했다. 수비진의 미스와 중원과의 불협화음은 당장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