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가나의 평가전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20대 축구팬 김지혁 씨는 최근 한국과 가나의 A매치 티켓을 예매하다 깜짝 놀랐다. 예매를 시작한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수천 석의 자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티켓 예매가 예전과 다르게 많이 쉬웠다. 예전에는 정확하게 예매 시작 시각에 해야 겨우 구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대표팀 축구가 옛날만큼 인기가 없는 것 같아서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응원 함성으로 뒤덮여야 할 축구장의 온도가 초겨울 날씨만큼 냉랭하다. 특히 축구 팬들의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6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해 4번의 A매치 중 관중 5만명을 넘긴 건 지난달 브라질과의 평가전이 유일하다. 지난달 파라과이전에는 2만2206명의 관중이 찾아 10년 만에 3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손흥민(LAFC)이 A매치에 데뷔한 2010년 이후 최저 관중이었다.
A매치 때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매번 찾는다는 이정욱 씨는 응원 문화의 개선을 꼽았다. 그는 “응원 문화 등 여러 재미있는 요소를 찾기 위해 축구를 보러 오는 것이라면 한두 번 그 이상으로 오기는 쉽지 않다”며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프타임 공연도 좋지만 킥오프전에 열리는 행사를 경기 종료 후로 미뤄서 좀 더 길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이벤트도 필요하다. 김시현 씨는 “손흥민이 최고의 스타지만 A매치에 매번 나오니 예전보다 감흥이 좀 떨어지는 것도 있다”며 “일반 팬 입장에서는 대표팀 이벤트가 선수단이 경기를 마친 뒤 경기장 돌면서 인사를 하는 것 정도인데 앞쪽 좌석에 앉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한국과 가나의 평가전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화끈하게 분위기를 끌어올릴 골 잔치도 팬들에게는 절실하다. 김민수 씨는 “요즘 경기력이 좋지 않다. 역시 골이 나와야 팬들도 좋아한다. 일본은 한국과 같은 나라와 평가전을 하는데 골을 많이 넣지 않나”라고 전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으면 결국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 라이벌 종목인 프로야구는 사상 첫 1200만 관중 시대를 열면서 주가를 올리는 가운데 자칫 대표팀의 위상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관중이 크게 준 것은 위험 신호다”라면서 “월드컵이라는 특수가 있다는 건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가족 단위의 라이트 팬들이 더 적극적으로 경기장을 찾아올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는 남은 시간은 고작 7개월. 축구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