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사태에도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일제히 상승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A씨는 최근 해외 직구 결제를 위해 달러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환율 변동 걱정이 없고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B씨도 수입 대금을 결제할 때 복잡한 은행 송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했다. 더 이상 암호화폐가 투기 수단이 아닌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디지털 현금’으로 자리 잡고 있다.
9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이 무려 33조 달러(약 4경 8000조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대비 72%나 급증한 수치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유로 등 실물 자산과 가치가 1:1로 고정된 암호화폐로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조사기관 아르테미스 애널리틱스의 집계 결과, 가장 많이 쓰인 코인은 서클사가 발행한 USDC(18조 3000억 달러)였다. 그 뒤를 이어 테더사의 USDT(13조 3000억 달러)가 2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이 두 코인의 쓰임새가 명확히 갈린다는 점이다.
USDC는 주로 암호화폐 기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 플랫폼에서 투자 및 예치용으로 활용됐고 규제 준수와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다.
반면 USDT는 일상적인 결제나 사업 거래, 자산 보존 용도로 더 많이 쓰였다. 사실상 ‘디지털 지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열풍의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가상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작년 7월 미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을 공식적인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운영하는 가상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USD1을 발행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시가총액이 약 4조 9000억 원에 달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비록 거래액에서는 USDC가 앞섰지만, 시장 전체의 덩치(시가총액)는 여전히 테더(USDT)가 압도적이다. 테더의 시총은 약 1870억 달러로 USDC(750억 달러)보다 25배 이상 크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