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을 위해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다 중단할 경우, 상당수가 2년 안에 감량 전 체중으로 되돌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때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속도는 식단이나 운동을 중단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GLP-1(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복용을 중단한 사람들의 체중이 빠르게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상당수는 약 2년 이내에 감량 이전 체중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9300명 이상의 성인이 참여한 37건의 기존 연구를 분석한 결과, 약물 복용 중에는 평균 체중의 15~20%를 감량할 수 있었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중단 후 체중 증가는 식단·운동 프로그램을 중단했을 때보다 월평균 약 0.3㎏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GLP-1은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뇌와 위장에 포만감을 전달해 음식 섭취를 줄이도록 돕는다. 이 계열 비만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낮추고, 음식물이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한다.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GLP-1 계열 약물로는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제프바운드 등이 있다. 이들 약물은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비만은 재발 쉬운 질환"논문 제1저자인 옥스퍼드대 너필드 1차의료보건과학부 소속 샘 웨스트 박사후연구원은 "이는 약물의 실패가 아니라 비만이 만성적이고 재발하기 쉬운 질환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며 "단기간 약물 사용만으로 체중 관리를 기대하는 데 경고를 주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서리대 영양학과 애덤 콜린스 부교수는 이번 연구에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체중 재증가는 모든 체중 감량 방법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GLP-1 계열 약물 사용 후에는 이같은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콜린스 부교수는 장기간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의 GLP-1을 공급할 경우, 체내 자연 GLP-1 분비가 줄거나 이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지만, 약물을 끊는 순간 과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독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끊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체중 감량 과정에서 행동 변화 없이 약물에만 의존했다면 그 반동은 더욱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제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라는 지적도 있다. 케임브리지대의 비만 연구자인 마리 스프렉클리는 최신 약물의 중단 이후 관찰 기간이 약 12개월에 불과하다며 2년 내 완전한 체중 회귀에 대한 결론은 관측이 아닌 추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프렉클리는 "비만 관리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 지속적인 영양·행동 관리가 병행돼야 하고, 체중 증가와 함께 심혈관·대사적 이점이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 급증… "근육량 감소 주의해야"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최근 수년간 사용이 급증했다. 현재 미국에서만 1500만명 이상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들 약물이 중독, 정신질환, 감염, 일부 암과 치매 위험을 낮출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소는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량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주의사항으로 꼽힌다. 연구에 따르면 감량된 체중의 15~60%가 근육량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GLP-1 계열 약물 복용자에게 주 1회 이상 근력 운동을 포함한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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