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본류’ 재판이 9일 마무리된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02일 만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구속기소 된 지 341일 만에 최고 책임자에 대한 형사법적 판단을 앞두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 20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연다. 결심공판에서는 특검팀의 최종 의견과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차례로 진행된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5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이튿날 새벽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계엄은 약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이후 국회는 같은 달 14일 윤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고,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파면 결정을 내렸다.
형사 절차도 별도로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5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았고, 같은 달 19일 구속됐다. 이어 1월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2월과 3월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4월 14일 첫 정식 공판을 열었다.
재판 과정은 장기간 이어졌다. 이날 결심까지 총 42차례 공판이 열렸고, 군·경 실무자부터 지휘부까지 160명에 가까운 증인이 법정에 섰다. ‘체포조’로 투입된 부대원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이 계엄 전후 상황을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초반 공판에서는 직접 발언하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으나, 지난해 7월 체포방해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된 이후 한동안 불출석했다가 10월 말부터 재차 출석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 전 장관과 조 전 청장 등 군·경 수뇌부 사건과 병합돼 심리가 마무리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12·3 비상계엄이 형법 87조가 규정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화하고 비상 입법기구 창설 등을 통해 헌법 질서를 파괴할 의도로 계엄을 선포했으며, 이후 무장 병력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선관위를 점거하고 정치인 체포를 시도한 점에서 내란 요건이 충족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야당의 예산 삭감과 줄탄핵 등 ‘국정 마비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조치였을 뿐, 실제 군정을 실시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의도는 없었다고 맞섰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직후 병력을 철수시키고 계엄을 해제한 점도 내란이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해왔다.
윤 전 대통령은 첫 공판에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며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해제된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와 특검 인계 절차의 위법성도 다퉜으나, 특검팀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점 등을 들어 적법성을 강조해왔다.
이날 결심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과거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았던 장소다. 윤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약 30년 만에 내란 관련 혐의로 이 법정에서 특검의 구형을 기다리게 된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다. 특검팀은 전날 주요 간부들을 소집해 구형 회의를 열었으며, 이 가운데 하나를 재판부에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경 수뇌부 7명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결심 절차도 함께 진행된다.
이날 결심을 끝으로 윤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판단은 선고만을 남겨두게 된다.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한국 헌정사에 중대한 형사적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박용준 기자 yjunsay@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