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쿠팡 등 대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금융업권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뒤 규제 강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 유통 플랫폼이 보유한 개인정보와 입점업체 정산대금 등 일종의 ‘위탁금’ 규모 등이 사실상 금융사 수준까지 올라선 만큼 그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신년사와 기자간담회에서 잇달아 대형 유통플랫폼 규제를 금융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유통플랫폼의 결제는 금융업 규율 대상이지만 전자상거래로만 취급돼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 금융권 수준의 규제가 이뤄질 경우 특히 보안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등 대형 유통플랫폼의 경우 개인정보의 일반적 보호 의무만을 가져 위반 시 과징금 위주의 처벌만 이뤄진다. 반면 금융사의 경우 △물리적 망 분리 △보안인력 비율 준수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의무화 등을 수행해야 해 소모되는 비용이 크다. 금감원의 ‘정기 검사’ 대상이 돼 기업의 내부 회계와 자금 흐름이 매년 현미경 검증을 받게 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규제도 강화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보안에 관련해선 대형 유통플랫폼뿐 아니라 통신사 등 개인의 민감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모든 업체가 금융권에 준하는 보안 규제를 지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쿠팡 사태가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의 허술한 보완이 전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유통플랫폼 업계도 규제 강화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정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대한 개인정보와 정산대금, 고객예치금 등을 보면 금융사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통장 잔고, 거래내역 등의 정보와 이름, 전화번호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논의를 통해 그 수준에 맞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