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달 만에 이뤄진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수천 년에 걸친 한·중 관계 역사와 그간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한·중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시 주석도 한·중 관계를 ‘친구’, ‘이웃’에 비유하며 더 자주 사귀고, 왕래하자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 관계의 뿌리는 매우 깊다. 지난 수천 년간 한·중 양국은 이웃 국가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국권이 피탈되었던 시기에는 국권 회복을 위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싸웠던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 수교 이후에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호혜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이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서 주석님과 함께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시 주석은 “친구는 사귈수록 가까워지고 이웃은 왕래할수록 가까워진다”면서 “친구이자 이웃으로서 한·중 양국은 더욱 자주 왕래하고 부지런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국빈 방문에 따라 극진한 예우 속에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환영행사장에 도착해 양국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의장대를 사열했다. 중국 측은 이 대통령이 공식환영장에 도착했을 때 천안문광장에서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는 등 최고 수준의 예우로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환영식에서는 80여명의 어린이 환영단이 줄지어 서서 태극기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꽃을 흔들며 환영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이 환영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 대통령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흰색 상의에 붉은색 치마의 한복 차림으로 이날 환영식에 동행했다. 시 주석의 배우자인 펑리위안 여사도 함께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을 국빈 방문한 김혜경 여사가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5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손을 흔들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장대 사열 후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나란히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했고, 현지시간 오후 4시47분쯤부터 회담을 시작해 약 90분간 회담이 이어졌다. 한·중 정상이 새해 첫 외교 행보로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은 양국이 서로의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날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경주에서의 정상회담에 이어 약 두 달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 원년을 선언한 이 대통령의 구상에 중국을 적극 활용하려는 한국의 의지, 중·일 갈등 상황 속 한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 중요성이 커진 중국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비공개 회담에서는 단순한 한·중 관계 복원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양 정상 간에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정치·안보 부문보다는 경제협력, 공급망 관리, 문화 부문에서 한한령 해제 등을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논의 의제로 봤다. 최근 미국의 대중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과 관계를 관리하려는 한국의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역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반중 정서 등을 의식하며 거친 전랑외교 방식을 완화하는 추세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국이 외교적 중립성을 갖춰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문기 세종대 교수(국제학부)는 중·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중·일 3국의 공동 협력 의제를 끌어내서 악화된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우리한테도 이익이 되고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영준 기자, 박지원·정지혜 기자